28일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을 포용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최근 독일에서는 난민에 의한 테러가 연이어 일어나면서, 극우 정당을 중심으로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에 대해 비판이 이어졌다.
메르켈 총리는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인간으로서 가능한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난민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통합을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일어난 테러 사건을 하나씩 언급하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안전과 민주주의를 보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국내 대테러 작전시 필요에 따라 연방군을 투입하고, 난민 등록 절차를 신속하게 개정하는 등 모두 9개항으로 이뤄진 정책 개선안도 발표했다.
유럽, 특히 독일에서는 최근 2주 사이 난민과 관련된 테러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18일 바이에른주의 통근열차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소년이 도끼를 휘둘러 5명이 크게 다친 것을 시작으로, 22일 뮌헨의 한 쇼핑몰에서는 총격 테러로 10대 7명을 포함해 총 9명이 숨졌다. 24일 안스바흐의 음악 축제장에서는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테러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독일에서마저 테러가 이어지면서, 메르켈 총리는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휴가를 중단하고 이날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독일로 들어온 난민은 약 11만여명에 이른다.
28일 폴란드 남부의 쳉스토호바 지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앞서 유럽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7일 최근 잇따른 테러를 두고 “세계는 전쟁 중”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종교 전쟁은 아니다”라고 못박아 종교를 테러에 이용하려는 이들을 경계했다. 교황은 폴란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지난 26일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 성당에서 벌어진 테러에 대해 “이것이 전쟁이라고 말하기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운을 뗀 뒤, 이어 “나는 진짜 전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익과 돈, 자원,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한 전쟁 말이다. 종교 전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종교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다른 이들이 전쟁을 원한다”고 했다. 폴란드에 도착한 교황은 “전쟁과 기아를 피해 도망온 이들을 환영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자신의 믿음을 고백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에게 연대를 보일 필요가 있다”며 유럽이 적극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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