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이탈리아는 미식의 나라로 유명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도 많다. 한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약 500만t에 달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드는 비용이 해마다 약 12억유로(약 1조5천억원)로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1%가 넘는다고 이탈리아 정부는 추정한다.
이탈리아 상원은 2일(현지시각) 음식물 쓰레기를 한해 100만t으로 줄이기 위한 관련 법안을 찬성 181 대 반대 2, 기권 16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법안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물을 자선기관에 보다 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는 업체가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물을 자선기관에 기부하려고 해도, 보건과 위생 등 관련 규제가 복잡해 음식물 기부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법안에서는 간소한 절차를 거치면 업체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물을 달마다 정기적으로 기부할 수 있게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음식물 포장 방법을 개선하는 데에도 100만유로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식당에서 남은 음식물을 집에 포장해 가져가는 일 등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에서는 남은 음식물을 포장해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딸들과 함께 로마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남은 음식을 포장해 달라고 했더니, 식당 종업원들이 깜짝 놀란 일은 유명하다. 이탈리아 농업협회에서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인 4명 중 1명꼴로 남은 음식을 집에 가져가는 게 가난을 드러낸 것이고 예의 바르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응답자 중 28%는 차라리 음식을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치우는 게 낫다고 답했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이탈리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초 프랑스 정부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법규를 의회에서 통과시켰으며, 이 가운데는 음식물 쓰레기를 과다하게 배출하는 슈퍼마켓에 최대 7만5000유로의 벌금을 매기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0)에 따르면 쓰레기로 버려지는 음식물은 전세계 음식물 3개 중 1개 꼴이다. 유럽으로 국한해서 보면 가정에서 구매하는 식품 중 절반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