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중앙은행 총재 마크 카니가 4일 런던에서 기준금리를0.25%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낮춘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영국중앙은행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경제적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영국중앙은행은 4일 8월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영국중앙은행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로 내린 이후 지금까지 동결해왔는데, 이번에 또다시 기준금리를 내렸다. 영국중앙은행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하자, 영국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가 되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 6월23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탈퇴가 결정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영국이 유럽연합 단일 시장 접근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 등으로 파운드 가치가 급락하는 등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영국 경제가 올해 3분기 0.1% 성장해 경기후퇴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이 이후 6개월 동안은 영국 경제가 스태그네이션(장기 경제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실업률은 높아지고 주택 가격은 하락하며, 물가는 상승할 것으로 영국중앙은행은 전망했다. 영국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이번 금리 인하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또한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놨다. “통화정책위원회는 기준금리 인하, 최저대출제도 확대, 자산매입 규모·종류 확대 등을 추가로 할 수 있다”며 “향후 지표들이 8월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담긴 전망치들과 부합하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을 다수 위원들이 지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영국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산 매입을 통한 돈 풀기도 강화한다. 앞으로 6개월 동안 국채 600억파운드를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3750억파운드인 양적 완화(국채 자산매입) 한도는 4350억파운드까지 늘어난다. 또한 회사채도 100억파운드 매입하기로 했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영국중앙은행은 통화와 금융 안정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면 무슨 조처든지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된 마킷/시아이피에스(CIPS)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가 지난 6월 52.3에서 7월에 47.4로 떨어졌다. 이는 2009년 3월 이래 최저치다. 지수가 50 미만이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 수치가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12월 이래 처음이다. 특히 전월 대비 하락폭은 이 조사가 시작된 1996년 7월 이래 최대치다. 서비스는 영국 경제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영국 경제의 주력 부문이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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