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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푸틴-에르도안 “우리는 소중한 친구”

등록 2016-08-10 17:26

에르도안, 쿠데타 뒤 첫 방문지로 러시아 선택
푸틴, 경제제재 조처 해제·원전 공사 재개
‘서구 견제하는 지렛대 필요’ 이해관계 일치
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궁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 누리집
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궁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 누리집
“나의 소중한 친구!”

9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을 “소중한 친구”라고 세 차례나 말했다. “우리의 관계는 이전보다 굳건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터키와 러시아 정상이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궁에서 만나, 지난해 11월 전폭기 격추사건 이후 서로 적대시했던 양국 관계를 “이전 단계로 복원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터키가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한 뒤 취했던 농산물 수입 금지와 건설노동자의 러시아 취업 금지, 비자면제 협정 중단, 러시아인의 터키 여행 금지 같은 경제제재 조처를 해제하는 절차를 밟는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터키에 짓기로 했으나 관계 악화 이후 중단됐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재개하고, 터키를 경유하는 유럽 가스관 연결 프로젝트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에르도안과 푸틴은 지난해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 이후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양국 관계는 최악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전폭기 격추 사건 당시 터키가 “등에 칼을 꽂았다”고 격하게 비난했다. 러시아의 대터키 경제제재 조처로 한해 평균 300억달러에 달했던 러시아-터키 교역규모는 이전의 43% 수준으로 급감했고, 터키로 오는 러시아인 관광객은 93%나 줄었다.

지난달 15일 터키에서 일어난 쿠데타 시도는 양국 관계를 급진전 시킨 계기였다. 푸틴 대통령은 터키 쿠데타 시도 뒤 세계 여러 정상 중 가장 먼저 에르도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해 “(에르도안 정부를) 무조건 지지한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연루 혐의로 군인 등 수천명을 체포하는 등의 대규모 숙청을 하자 우려를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었다. 터키도 푸틴 대통령의 지지 의사 표명에 감사한다고 발표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진압 뒤 첫 방문 국가로 러시아를 골랐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발생 한 달 전인 지난 6월에 푸틴 대통령에게 전폭기 격추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편지를 보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편지에서 “숨진 전폭기 조종사의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적었다. 이 편지 이후 양국 관계는 조금씩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었다.

터키와 러시아가 손을 잡은 근본적인 이유는 유럽과 미국을 견제하는 데 서로를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전 프랑스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서구 국가 지도자들은 공감 대신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며 유럽 국가들에 불편한 감정을 노출했다. 러시아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를 이용해, 나토의 세력 확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양국이 손을 맞잡았지만 굳건한 관계라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터키와 러시아는 19세기말 크림전쟁까지 치렀으며, 역사적으로 서로를 경계하는 사이다. 지난해 양국 갈등의 직접적 계기였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도 시리아 내전을 둘러싸고 양국 이해관계의 근본적 불일치가 빚어낸 일이었다. 러시아는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지만, 터키는 아사드 정권 퇴진을 주장한다. 터키는 러시아가 중동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경계한다.

푸틴은 에르도안과 만난 뒤 “국가간 관계에서 우리는 복잡한 시점에 살고 있는 게 사실이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런 복잡함을 극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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