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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 ‘부르키니 금지령’ 시끌…성차별·인종주의 논란

등록 2016-08-18 21:46수정 2016-08-18 21:51

여성 온몸 가린 이슬람식 수영복
니스 테러 이후 곳곳에서 ‘금지령’
“프랑스 공화국 가치와 안맞아” 총리 가세
“통합·포용 말하면서 금지는 위선” 반박도
지난 16일 튀지지 북동부의 지중해 연안 도시 비제르테의 바닷가에서 부르키니를 입은 무슬림 여성(오른쪽)과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비제르테/AFP 연합뉴스
지난 16일 튀지지 북동부의 지중해 연안 도시 비제르테의 바닷가에서 부르키니를 입은 무슬림 여성(오른쪽)과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비제르테/AFP 연합뉴스
최근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몇몇 도시들이 잇따라 무슬림 여성들의 부르키니 수영복 착용 금지령을 내놓으면서, 프랑스에서 새삼 부르키니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현지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부르키니는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수영복으로, 온몸을 감싸는 전통복장인 ‘부르카’와 온몸을 거의 드러내는 수영복인 ‘비키니’의 합성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무슬림 여성들의 복식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새삼스로운 건 아니다. 프랑스는 지난 2011년 공공장소에서의 히잡(뮤슬림 여성들의 머리 스카프) 착용 금지법을 격렬한 논란 끝에 발효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부르키니 금지 논란은 최근 프랑스에서 이슬람극단주의 세력이나 그들의 영향을 받은 무슬림 젊은이들의 테러가 잇따르면서 극히 민감한 현안이 되고 있다. 겉으론 ‘종교의 자유’와 ‘세속주의 원칙’ 사이의 대립이지만, 진짜 배경에는 테러에 대한 공포와 이슬람혐오(이슬라모포비아) 정서까지 뒤엉키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역시 지중해와 에게해에 둘러싸인 관광국인 이탈리아가 상대적으로 부르키니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도 크게 대조된다.

프랑스의 이번 부르키니 금지 논란은 지난 13일 지중해의 프랑스령 코르시카 섬의 시스코 마을에서 관광객들이 부르키니를 입고 수영하던 무슬림 여성의 사진을 찍은데서 비롯했다. 무슬림과 현지 청년들 사이의 시비가 폭력 사태로 번지자, 시스코 당국이 아예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는 남부 휴양도시 칸과 빌뇌브-루베의 시 정부가 바닷가를 비롯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부르키니 착용 금지령을 발표했다. 지난달 14일 니스의 해안도로에서 무슬림 남성이 휴양객들을 향해 트럭을 돌진해 85명이 숨진데 이어, 26일 북부의 소도시에서 이슬람국가(IS)에 충성맹세를 한 청년이 미사를 집전하던 노신부를 살해한 직후에 나온 조처였다. 뢰카트, 우아플라주, 르투케 등 다른 바닷가 마을들도 부르키니 금지령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도시는 물에 젖은 부르키니가 둔하고 무거워 조난구조에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진짜 속내는 테러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프랑스24> 방송이 전했다.

프랑스 중앙정부도 자치단체 마을들의 부르키니 금지령을 거들고 나섰다. 마누엘 발스 총리는 17일 일간 <프로방스> 인터뷰에서 “여성은 순결하므로 온몸을 가려야 한다는 믿음은 구식이다. 부르키니는 프랑스와 공화국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랑스 로시뇰 여성부장관도 이날 <유럽-1> 라디오에 “부르키니는 여성을 복식으로 속박하는 것으로, 단지 개인의 패션이나 자유로 여길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선 엄격한 정교분리 세속주의 원칙인 ‘라이시테’가 자유·평등·박애만큼이나 강조된다.

그러나 많은 무슬림 여성들은 부르키니 금지야말로 위선적인 성차별주의이자 인종주의라고 반박한다. 프랑스 태생의 무슬림 여성이자 ‘종교의 자유’ 전문가인 림사라 알루아니 툴루즈대 연구원은 통신에 “부르키니는 신앙을 지키면서 여가 활동도 즐기려는 서구의 무슬림 여성들이 선택한 것”이라며 “부르키니 반대론은 이슬람을 ‘2등 종교’로 낙인 찍는 낡은 관념에서 비롯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이슬람탐구재단의 레모나 알리도 지난 15일치 영국 <가디언> 기고에서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통합과 포용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들이 ‘억압받고 배제됐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여성들을 주변부로 걷어차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교적 신념이든 취향이든 자신의 선택으로 전통 복장을 입는 무슬림 여성들이 설 자리를 갈수록 없애버리고 있다는 뜻이다.

<쿠란>에는 ‘여성은 단정한 옷차림으로 몸을 가려야 한다’는 정도의 구절만 있을 뿐, 구체적인 복식 규정은 없다. 부르키니는 2003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아헤다 자네티가 ‘종교적으로 올바른 스포츠복장’으로 처음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프랑스에는 2008년에 소개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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