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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시위 금지된 터키에서 성소수자들이 시위에 나선 까닭

등록 2016-08-22 10:57

트랜스젠더 사망사건 진상 조사 요구 위해
주말 탁심 광장서 200여명 모여
피해자는 평소 성소수자 권리 위해 앞장섰던 인물
지난 주 이스탄불 외곽의 한 숲에서 불에 타 숨진채 발견된 한데 카데르(23)의 생전 모습. 한데 카데르 페이스북
지난 주 이스탄불 외곽의 한 숲에서 불에 타 숨진채 발견된 한데 카데르(23)의 생전 모습. 한데 카데르 페이스북
주말을 맞은 터키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 무지개빛 깃발을 든 200여명의 시위대들이 모여들었다. 시위대들은 ‘트랜스젠더(성 전환자) 살인은 정치적인 살인이다’, ‘한데를 위한 정의, 모두를 위한 정의’ 등의 구호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경비가 삼엄한 경찰들에 둘러싸여 시위를 이어나갔다.

터키의 트랜스젠더이자 성매매 종사자,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로 활약했던 한데 카데르(23) 사망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라고 요구하는 시위가 21일(현지시각)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서 열렸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이 전했다. 카데르는 한 고객의 차량에 탄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실종됐다가, 지난주 이스탄불 외곽의 한 숲에서 불에 탄 주검으로 발견됐다. 카데르의 죽음이 알려지자 터키의 성소수자들은 애도를 표하면서도, 터키 사회에 만연해있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폭력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15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 이후 집회가 금지된 터키에서 일어난 첫 시위이기도 하다. 시위 참석자이자 숨진 카데르의 룸메이트였던 다우 딩글리어는 “카데르는 성소수자인 누군가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매우 슬퍼하며 분개해왔다”며 “성소수자 시위에는 항상 맨 앞에 섰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카데르도 전에 칼에 찔려 죽을 뻔했던 적이 있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살인 사건은 터키의 모든 성소수자들에게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21일 한데 카데르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 모인 시위대 중 한 명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의미에서 눈 아래로 피처럼 보이는 붉은 물감을 칠했다. 이스탄불/AFP 연합뉴스
21일 한데 카데르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 모인 시위대 중 한 명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의미에서 눈 아래로 피처럼 보이는 붉은 물감을 칠했다. 이스탄불/AFP 연합뉴스
유럽 국가 중에서도 터키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권이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힌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인 ‘트렌스젠더 유럽’이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터키는 유럽에서는 첫 번째로, 전 세계적으로는 아홉 번째로 트랜스젠더 증오 범죄로 인한 살인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터키에서 증오 범죄로 숨진 트랜스젠더는 41명에 달하며, 지난해에만 최소 21명의 트랜스젠더가 총격 등의 공격에 숨졌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터키 정부의 정책 역시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보수적이다. 영국이나 스웨덴 등의 국가와는 달리 터키 정부는 물리적인 성전환 수술을 해야만 성전환자로 인정한다. 그러나 터키에서 성전환 수술은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한 수술로 꼽혀 의사들이 수술을 꺼리고 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지난해 터키 경찰은 매년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열리던 성소수자 행사를 금지한 바 있다. 당시 터키 경찰은 광장으로 모여든 참가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참가자들을 향해 물대포와 고무탄을 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비비시>는 숨진 채 발견된 한데 카데르 역시 당시 행사에 참석해 경찰에 맞섰으며, 경찰의 진압 장면을 촬영하는 기자들을 향해 “사진을 찍고도 내보내지 않는다면, 아무도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라고 소리친 인물이었다고 전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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