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사진은 2012년 대선 패배 당시 지지자들 앞에 섰을 때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모습. AP 연합뉴스
니콜라 사르코지(61) 전 프랑스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사르코지는 2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나는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후보가 되기로 결심했다. 역사의 고통스러운 시간에서 전투를 이끌 힘이 있다고 느낀다”고 적었다.
사르코지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오는 11월 열리는 우파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공화당 대선 후보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은 10여명에 달하며, 이중 알랭 쥐페 보르도 시장이 사르코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사르코지가 대통령 재직 시절 보였던 자기 과시와 거친 언행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는 프랑스 국민들이 많아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는 쥐페 시장에게 밀리고 있다.
사르코지는 50살 비교적 젊은 나이에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됐고, 2012년 사회당 대선 후보로 나선 프랑수아 올랑드에게 패해 물러났다. 사르코지는 대통령 재직 시절 돈 쓰기를 좋아하고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쓰는 스타일 때문에 별명이 ‘블링 블링’(bling-bling,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을 뜻하는 속어)이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프랑스 사회에서 터부시됐던 사생활 공개에 거리낌이 없었으며, 재직 중 두번째 부인과 이혼하고 슈퍼모델이며 가수 출신인 카를라 브루니에 구애해 2008년 결혼했다고 <아에프페> 통신은 전했다. 우파 젊은 대통령에 기업은 기대를 걸었으나, 그의 재직 시절 기업들이 기대하는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임기말 그의 지지율은 역대 최악이었으나, 최근 이 불명예 기록을 올랑드 대통령이 깼다. 사르코지는 거친 말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랑드 대통령에 대해서는 “품격이 없다. 프렌치 프라이(감자 튀김)를 먹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르코지는 지난 2014년 2007년 대선 자금 수사·재판 관련 정보를 빼내려 한 혐의로 경찰에 구금돼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프랑스에서 전직 대통령이 경찰에 구금돼 조사를 받은 건 그가 처음이다. 사르코지는 2007년 대선 당시 대선을 앞두고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5000만유로(약 690억원)의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았다.
사르코지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정치적 야망을 감추지 않았다. 2014년 말 정계에 본격적으로 복귀했고, 올랑드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프랑스가 각종 테러 공격을 받는 정국을 활용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최근 연설을 통해서 프랑스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고 겁쟁이 지도자들이 프랑스 문화 손실을 방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내년 4월 1차 5월 2차 결선 투표 과정으로 열리는 프랑스 대선에서는 사르코지 외에도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 대표인 마린 르펜 등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랑드 대통령도 최근 기자 2명과의 대담을 모아 펴낸 책 <대통령과의 내밀한 대화>를 통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출마하고 싶다”며 “대선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 확실하면 사회당 후보로 나서지 않을 것이며 또 대선에서 패배하면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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