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순발력 ‘어록 선집’ 출간
미 MD는 계란요리 위해 집 태우는 꼴 … 두뇌유출도 두뇌 있어야…
옛 소련 비밀정보기관(KGB) 출신이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솜씨가 주목받고 있다.
유엔총회에서 구두를 벗어 단상을 두드렸던 흐루시초프나 보드카를 너무 많이 마셨던 옐친 등 전임자들과 달리 푸틴은 “보통 사람들의 상식에 맞는 ‘정상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인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은 30일 전했다.
지난해 초 71%의 압도적 지지로 재선된 그의 첫 임기 4년간에 걸친 발언을 모은 <푸틴키:푸틴 대통령 어록 선집>이 최근 출판됐다. 이 책에 정리된 그의 발언을 보면, 푸틴 대통령은 2001년 12월4일 미국 방문에 대해서 기자들이 묻자 “나는 부시 대통령의 목장에서 하룻밤을 지낸 것에 그리 흥분하지 않았다. 아마도 부시는 KGB 출신을 초청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했겠지만, 부시 역시 전직 CIA(미 중앙정보국) 국장의 아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잘 지냈다”고 응수했다.
2003년 로마 기자회견에선 “러시아군의 이라크전 참전에 대해 여러분은 ‘좋아, 우리가 그렇게 어리석다면’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라고 답했고,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MD)에 대해선 “미국의 계획은 ‘계란을 요리하기 위해 집을 태우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두뇌(우수한 인재) 유출’에 대해서는 “‘두뇌 유출’이 일어난다는 것은 러시아에 두뇌가 있다는 말이다”라고 답변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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