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새벽 지진이 강타한 이탈리아 중부 라치오주의 아마트리체 마을은 온전한 건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파괴됐다. 아마트리체/AP 연합뉴스
24일 이탈리아 중부에서 규모 6.2 지진이 발생해 적어도 38명이 숨졌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36분께 이탈리아 움브리아주 노르차에서 10㎞ 떨어진 곳에서 규모 6.2의 지진이 일어났다. 중세 고도로 유명한 페루자에서 67㎞ 떨어진 곳이다. 진원의 깊이는 10㎞로 얕은 편으로, 진앙지에서 170㎞쯤 떨어진 로마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만큼 강력했다. 이탈리아지진연구소(INGV)는 첫 지진의 규모를 6.0이라고 발표했으며, 첫 지진 뒤 4시간 동안 60여차례 여진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첫 지진 1시간여 뒤 노르차에서 4㎞ 떨어진 곳을 진앙으로 한 규모 5.5의 지진이 또 일어났다.
이번 지진으로 이날 오전까지 38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는 중부 라치오주 리에티현에 있는 마을 아쿠몰리와 아마트리체, 마르케주의 마을 페스카라델트론토 등 산악지역 마을들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아마트리체의 세르조 피로치 시장은 “마을 절반이 사라졌다. 마을로 접근하는 길도 모두 막혔다”고 말했다고 이탈리아 <라이> 방송이 전했다. 이 방송은 아마트리체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사라진 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응답하는 이들을 찾아서 구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응답이 없는 이들은 일단 구조에서 후순위로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다.
리에티현 아쿠몰리 마을에서는 가족 4명이 있던 주택이 무너져 이들이 잔해에 깔렸다. 아쿠몰리 시장 스테파노 페트루치는 “(잔해에 깔린 가족들이) 살아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페트루치는 새 건물들이 가장 많이 무너졌고 유서 깊은 건물들은 비교적 피해가 적었다고 말했다. 페트루치는 “누군가 살아 있기를 바라면서 (땅을) 파고 파고 또 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지진이 사람들이 잠든 새벽에 일어났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컸으며, 구조작업이 진행될수록 추가로 확인되는 인명피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페트루치는 “아침이 밝아오면서 상황이 우리가 우려했던 것보다 더 끔찍하다는 사실을 보게 됐다. 사람들이 잔해에 깔려 갇혀 있고 살아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탄식했다. 아마트리체 시장인 피로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잔해 밑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이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지진이 잦은 나라다. 이탈리아의 뼈대로 불리는 아펜니노 산맥은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이 맞물리는 곳에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2009년 중부 지역인 라퀼라에서 규모 6.3 지진이 일어나 30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이번 지진 때도 라퀼라 지역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고 이탈리아 <안사> 통신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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