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 독일 공영방송 <아아르데>(ARD)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난민 수용 정책을 포함한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DU·기민련)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소속으로 독일 정부 서열 2위인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이 최근 메르켈 총리의 난민·경제 정책 등을 연거푸 비판하며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차별화 행보를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가브리엘 부총리는 28일 독일 공영방송 <체데에프>(ZDF) 인터뷰에서 “메르켈의 기민련이 신입 이주민들의 사회통합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한다”며 “우리 당은 독일이 해마다 10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가 ‘우린 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남발해왔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주난민의 관리가 가능하도록 올바른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기민련과 그 자매당인 기독교사회연합(CSU·기사련)이 번번히 가로막아왔다”고 주장했다.
가브리엘 부총리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에 대해서도 메르켈 총리의 ‘신중론’과 대조되는 ‘강경 대응론’을 폈다. 그는 “브렉시트의 경제적 피해가 우려만큼 크진 않겠지만 심리적·정치적으로 큰 문제”라며 “영국이 유럽연합과 관계는 유지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이점을 누리지 못하도록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같은 날 제1공영방송 <아아르데>(ARD) 인터뷰에서 자신의 난민 정책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자신이 이끈 유럽의 ‘시리아 난민 수용’에 대해선 “우리(연정 내각)는 많은 것을 신속하게 ‘함께’ 결정해왔다”며 “독일은 난민 위기를 다룰 수 있다. 우린 많은 것을 이뤘고,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정면으로 맞받았다.
포용적 난민 정책 탓에 이슬람국가(IS)의 테러리즘이 터키를 통해 유럽으로 침투한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그는 “터키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이 독일로 옮아올 수는 없다”고 말한 뒤, 터키 출신의 독일 시민들에게도 “나는 그들의 총리이기도 하다”며 ‘독일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브렉시트에 대해선 “성급하게 정치적 행동으로 돌진하기보다 더 나은 대책을 숙고하기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4연임’ 도전 여부를 애초 올 봄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계속 미루고 있다. 이는 메르켈 총리가 대표인 기민련과 자매정당이자 연정 파트너인 기사련(CSU)과의 풀리지 않는 불화 때문이라고 독일 주간 <슈피겔>이 27일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대 우군인 기사련과도 난민 정책에 대한 의견 차이로 마찰을 빚어왔다. <슈피겔>은 메르켈이 기사련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47%)은 2013년 3기 정부가 출범한 이래 두 번째로 낮았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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