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0.005% 세율은 ‘특정기업 감세 혜택 금지’ 위반
애플·아일랜드는 “EU법원에 항소”…유럽-미국 갈등 조짐
애플·아일랜드는 “EU법원에 항소”…유럽-미국 갈등 조짐
유럽연합(EU)이 30일 미국의 다국적 기업 애플에 130억유로(약 16조2000억원) 의 세금 감면액을 추징하기로 했다. 유럽에서 세금 추징 규모로 사상 최대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조사단은 아일랜드가 애플에 다른 대기업들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의 세율을 적용해 130억 유로에 이르는 불법적인 세금 혜택을 주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고 <비비시>(BBC)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베스타게르 위원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특정 기업에만 선별적으로 세제 혜택을 지원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하는 것은) 유럽연합의 정부 지원 법규상 불법” 이라고 설명했다.
아일랜드의 현행 표준 법인세율은 12.5% 수준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조사 결과를 보면 애플은 아일랜드에서 2013년에 1%미만의 세율을 적용받았고, 2014년에는 0.005%로 사실상 세금을 거의 내지 않으며 영업하는 특혜를 누렸다. 유럽연합은 그동안 일부 회원국들이 다국적 기업의 유 럽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특정 기업에 감세혜택을 부여해왔다며 애플 등 유럽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왔다.
애플과 아일랜드는 유럽연합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며 유럽연합 법원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애플은 이날 유럽연합의 세금 징수 결정에 대해 성명을 내어 “ 유럽연합 집행위가 아일랜드의 세법을 무시하고 국제 세제 시스템을 뒤집으려 한다”며 “집행위의 결정은 애플이 세금으로 얼마를 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부가 돈을 걷느냐의 문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특히 “이번 결정은 유럽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심각하고 해로운 영향을 줄 것”이라고도 했다.
아일랜드 정부도 성명을 내어 “유럽연합 집행위의 결정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마이클 누넌 재무장관은 “애플의 세금은 전액 제대로 납부됐으며, 어떤 정부 지원도 제공되지 않았다. 아일랜드는 납세자와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엔 유럽연합 집행위가 네덜란드에 미국의 다국적 커피업체 스타벅스로부터 3000만유로를 추징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최근엔 미국 재무부까지 나서 유럽연합집행위의 다국적 기업 감세 조사를 비판하고, 이에 유럽연합 집행위가 재반박하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 이번 거액의 세금 추징 결정이 유럽연합과 미국의 경제 갈등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 담당 집행위원이 30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에서 미국 다국적기업 애플에 대한 아일랜드의 세금 감면이 불법이므로 130억유로의 세금을 추징하라는 집행위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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