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 여성 상징 마리안’ 발언 논란
‘부르키니 금지’ 정당화 맥락
전문가들 “역사 왜곡” 비판
‘부르키니 금지’ 정당화 맥락
전문가들 “역사 왜곡” 비판
부르키니(무슬림 여성이 입는 전신 수영복) 금지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프랑스에서 총리가 프랑스의 상징 마리안을 비유로 들며, 부르키니 금지를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비판받고 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29일(현지시각) 열린 사회당 행사에서 “마리안은 민중을 먹여살렸기 때문에 가슴을 드러냈다. 마리안은 자유로웠기 때문에 베일을 쓰지 않았다. 이게 공화국이다”라고 말했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마리안은 프랑스대혁명 시기 프랑스 여성들의 일반적인 이름인 마리(Marie)와 안(Anne)을 합친 것으로,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의 가치를 나타내는 여성상이다. 1848년 프랑스 2월혁명 때 공화국의 상징으로 채택되었다. 발스 총리의 말은 여성의 몸을 가리는 부르키니가 프랑스 공화국 가치와 맞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발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역사에 대해 무지하거나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혁명 전문가인 마틸드 라레르는 “마리안의 벗은 가슴은 예술적 코드일 뿐이다. 바보야”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벗은 가슴이 고대 미술 양식을 따른 것일 뿐, 여성성이나 공화국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프랑스 곳곳에 설치된 마리안상은 다양한 형태가 있다. 라레르는 19세기 프랑스에서는 두 가지 형태의 마리안이 경쟁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옷을 모두 입고 무장하지 않으며 프랑스혁명 당시 자유의 상징인 원뿔 모양의 프리지어 모자를 쓴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가슴을 드러내고 무기를 든 형태다.
역사학자인 니콜라 르부르는 <리베라시옹>에 “발스가 (마리안이 프랑스 공화국의 상징으로 공식 채택되기 전인) 1830년 들라크루아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과 마리안을 헷갈린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