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독일 동북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의회 선거에서 당선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후보 라이프에리크 홀름이 주도인 슈베린에서 샴페인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대안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선거에서 집권 기민당을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슈베린/AFP 연합뉴스
독일 동북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집권 기독민주당을 누르고 2위에 올랐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는 인구 160만명에 불과한 작은 주이지만,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 가늠자 성격을 지녔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는 옛 동독 지역으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역구도 있는 곳이다.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5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의회 선거에서 ‘대안’이 득표율 20.8%를 기록해 처음으로 주의회 진입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은 득표율 19%로 3위로 밀려났다. 역대 최악의 성적이다. 1위는 기민당과 연정을 펴고 있는 사회민주당으로 30.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안은 2013년 독일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을 지원하는 데 반대하는 중도우파 정당으로 출범했으나, 올해 반이슬람 정강을 채택하는 등 점점 반이민·반이슬람주의 극우 정당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창당 첫해인 2013년 총선에서 4.7%의 득표율로 의석 확보 최저 득표율 5%에 미달해 주변부 정당에 머무는 듯했다. 하지만 이듬해 옛 동독 지역인 작센주에서 1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주의회 진입에 성공했다. 최근 대안의 전국 지지율은 11~15%대로 사민당에 이어 3위다.
대안의 약진은 독일에서도 반난민 정서가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극우 정당 성장의 양분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거 전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마프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난민 유입 문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대안이 내세운 간판 후보 라이프에리크 홀름은 “아마도 메르켈 총리 시대의 종말이 시작된 것일지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르켈에 대항할 만한 경쟁자가 아직 뚜렷하게 없어 메르켈 시대가 곧 끝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나 올해 초 일부 난민들의 쾰른 성폭력 사태와 7월 파키스탄 출신 소년이 기차에서 도끼를 휘둘러 4명이 다친 사건 때문에 난민들에 우호적인 정책을 펴는 메르켈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어 있다.
인프라테스트 디마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0년째 총리를 지내고 있는 메르켈의 지지율은 지난해까지도 70%를 넘었으나 이달 초 47%로 주저앉았다. 이달 초 <빌트 암 존타크> 여론조사에선 독일인 50%가 메르켈 총리의 4선 연임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 기민당 후보로 나섰던 로렌츠 카피어는 난민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고 <도이체 벨레>는 전했다. 독일은 지난해 110만명의 난민을 받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항저우에 간 메르켈 총리는 3일 독일 <빌트>에 “난민 지원 결과로 독일의 어느 누구에 대한 혜택도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에선 사회적 진전도 있었다”고 말해 자신의 난민 지원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영국으로 가기 위한 난민 수천명이 머물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칼레에서는 5일 지역민들이 트럭과 트랙터로 도로를 봉쇄하고 정부에 난민촌 폐쇄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올해 영국에서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탈퇴를 택한 이들이 더 많았던 이유도 이민자 증가에 대한 반감이 주요인이었다. 유럽 전역에서 난민과 이민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