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 내무위원회 위원장인 노동당의 키스 바즈(59·사진) 의원이 동성 성매매 스캔들로 물러났다. 영국에서 고위 정치인이 섹스 스캔들에 휘말린 적은 이전에도 몇 번 있었지만, 동성간 섹스 스캔들은 사실상 처음이다.
바즈 의원은 6일 성명을 통해 “최근 일로 내가 위원장으로 남아 있는 한 업무수행이 불가능해진 것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이라며 사의를 표했다. 예멘 출신으로 인도계인 바즈 의원은 두 자녀를 둔 유부남이다.
지난 4일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선데이 미러>는 바즈 의원이 지난달 자신이 소유한 런던의 아파트에서 동유럽 남성 2명과 성매매를 했다고 폭로했다. 성매매 종사자로 보이는 남성 2명과 바즈 의원이 같이 있는 사진과 함께 바즈 의원이 이들 남성 2명과 나눈 대화 내용을 게재했다. 바즈 의원은 이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속어로 ‘포퍼스’(poppers)라고 불리는 아질산아밀을 가져오라고 했다고 <선데이 미러>는 전했다. 포퍼스는 환각성 물질로 클럽 등에서 많이 사용해 ‘클럽 마약’이라고도 불리며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금지 약물에 속한다. 바즈 위원장이 속한 내무위원회는 성매매와 특정약물 금지, 이민 등에 대해서도 다룬다.
첫 보도가 나간 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처음에는 “사생활”이며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라고 옹호하는 입장을 폈다. 하지만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불신임 투표에 처할 위기에 놓이자, 바즈 의원은 코빈 대표와 상의한 뒤 사임 의사를 밝혔다. 영국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개인간 성매매는 원칙적으로 불법이 아니며, 포퍼스도 영국에선 금지 약물이 아니다. 바즈 의원은 과거 포퍼스를 금지 약물에 포함하자는 제안에 대해 반대한 바 있다. 바즈 의원은 2007년부터 내무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이는 최장수 기록이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섹스 스캔들은 1960년대 영국 최연소 하원의원이자 ‘영국의 케네디’로 차기 총리로 유력했던 존 프러퓨모 전쟁국 장관이 크리스틴 킬러(1942~ )라는 19살 ‘콜걸’과 혼외 관계를 맺어 사임한 일이다. 당시 킬러가 주영 소련대사관 무관 예브게니 이바노프와도 내연 관계인 것으로 드러나 국가기밀 유출 파문이 일었고,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해럴드 맥밀런 보수당 내각은 1963년 총사퇴하면서 실각하기에 이르렀다. 당시에도 이 스캔들을 폭로한 매체는 <선데이 미러>였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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