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파나마 검찰과 경찰은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 본부를 압수수색하는 모습
덴마크 정부가 세금 추징을 위해 탈세 의혹 폭로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 서류들을 거액에 사들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특정 국가가 파나마 페이퍼스 자료를 사들인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카르스텐 로리첸 덴마크 세무부 장관은 지난 여름 익명의 제보자가 파나마 법무법인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파나마 페이퍼스 자료 중 덴마크인 600명 이름이 들어있는 서류를 팔겠다고 제안해왔다고 밝혔다. 익명의 제보자는 처음에 샘플 자료를 보냈는데 이를 검토한 결과 진본으로 판명돼, 덴마크 정부가 의회 내에서 매수에 응할지 협의하고 있다고 로리첸 세무장관은 밝혔다.
로리첸 세무장관은 “제시한 자료 모두는 유용한 정보였다. 우리는 성실하게 납세를 해온 덴마크 국민 모두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리첸 장관은 자료를 얼마에 사들일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다만 “한자릿수 백만”이라고 답했다. 매수 예정 가격은 100만에서 900만 크로네(약 1억6497만원~14억8473만원)라는 이야기다.
파나마 페이퍼스는 조세회피처인 파나마에 있는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로부터 유출된 사상 최대의 조세 회피 자료로, 지난 4월 존 도라는 가명의 제보자가 독일 <쥐트도이체자이퉁> 등에 자료를 넘겼다. 이후 세계 언론 180곳으로 구성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서 공동으로 자료를 분석해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덴마크에 자료를 파는 이가 <쥐트도이체자이퉁>에 자료를 넘겼던 가명의 인물 존 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덴마크 정부는 제보가 익명에다가 암호화된 메시지로 들어와서 제보자가 누구인지 모르며, 제3국 세무당국을 통해서 접촉했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다른 유럽 국가들도 비밀리에 자신들의 국민이 이름이 포함된 자료를 사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파나마 페이퍼스 자료는 아니지만 이전에도 유럽 국가들이 탈세 자료를 사들인 적이 있다. 독일은 지난 2014년 100만유로를 주고 탈세 관련 자료를 사들였고, 이를 바탕으로 탈세 혐의가 있는 이들의 코메르츠방크 고객 계좌에 대해 수사한 적이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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