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소보트카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이 12일 빈에서 부재자 투표 봉투에서 결함이 발견돼, 다음달 2일 치르기로 했던 대선을 12월4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불량 편지 봉투 때문에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연기되는 일이 벌어졌다.
볼프강 소보트카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12일 부재자 투표 봉투에서 결함이 발견돼, 다음달 2일 치르기로 했던 대선을 12월4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이 전했다.오스트리아에서는 최근 부재자 투표 봉투 일부에서 접착제 불량으로 제대로 봉해지지 않은 봉투가 발견됐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부재자 투표 봉투를 새로 제작하는 시간을 고려해 대선 일정을 연기했다. 오스트리아 정치 평론가 토마스 호퍼는 “오스트리아 민주주의는 선거 조차 제대로 치를 능력이 없음을 보여줬다”며 “오스트리아는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정치적 실권은 주로 총리에게 있고 대통령은 상징성이 큰 자리다. 하지만 올해 열린 오스트리아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자유당 후보인 노베르트 호퍼(45)가 1위를 하면서, 오스트리아 대선은 주목을 받았다. 호퍼 후보가 비록 1차 투표이지만 1위를 했다는 것은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은 유럽 각국 극우 정당 세력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의미심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열린 결선 투표에서 녹색당 출신 무소속 후보 알렉산더 판데어어벨렌(72)이 득표율 0.6%포인트(3만1000표) 차이로 이기고 당선됐지만, 곧 무효가 됐다. 극우 자유당 쪽에서 결선 투표 때 부재자 투표함 일부가 예정보다 일찍 개봉된 것을 문제삼아 헌법재판소에 제소했고, 헌재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대선 일정 연기와 관련해서 판데어벨렌 후보는 “불행한 일이지만 옳은 결정이다”고 밝혔으며, 극우 자유당의 호퍼 후보는 “공화국이 선거를 치를 능력 조차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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