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프랑스 북부 도시인 칼레에서 난민 캠프 철거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채널 터널’과 맞닿아 있는 고속도로를 행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칼레에는 영국으로 가려는 난민 수천명이 몰려 있으며, 지역사회 갈등 요인도 되고 있다. 칼레/AP 연합뉴스
프랑스 북부 칼레에서 14살 아프가니스탄 소년이 트럭에 올라 타 영국으로 가려다가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소년은 가족이 영국에 있으며 합법적으로 영국에 입국할 수 있는 신분이었지만, 입국 절차가 기약 없이 지체되자 위험을 무릅쓰다 목숨을 잃었다고 <가디언>이 18일 보도했다.
지난 16일 아침 아프간 소년이 칼레에서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향하는 대형 트럭이 속도를 늦추자 트럭 지붕 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소년은 곧 중심을 잃고 도로로 떨어졌고, 트럭은 소년을 치었다. 트럭 운전사는 소년을 구조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렸고, 소년은 목숨을 잃었다. 영국으로 가려는 난민들이 몰리는 칼레의 난민촌은 ‘정글’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며, 매일 수많은 난민들이 질주하는 트럭에 올라타려고 시도하는 위험한 일이 벌어진다. 칼레 난민촌 자원봉사자들에 따르면, 올해 칼레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3명이며 사망한 어린이만 해도 이번이 세번째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번에 목숨을 잃은 아프간 소년을 알고 있다는 자원 봉사자 제스 에건은 “소년에게 위험을 무릅쓰지 말라고 설득해왔다. 하지만 소년은 듣지 않았다. 30마일(약 48㎞) 거리에 살고 가족과 만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고 말했다. 에건은 소년이 칼레에서 다섯달에서 여섯달 정도 지냈다고 했다. 그는 숨진 소년이 “친구들에게 사랑 받았으며, 축구와 음악을 좋아했다. 영국에 가서 학교에 다니고 싶어했다”며 “하지만 소년은 끔찍한 상황의 난민촌에 갇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칼레 난민들을 돕는 시민단체인 ‘헬프레퓨지스’(HelpRefugees)에 따르면, 칼레 난민촌에는 어른과 동반하지 않은 난민 신청 아동만 최소한 900명이 있다. 나이가 8살에 불과한 아이도 있다. 상당수는 가족이 영국에 있지만 가지 못하고 있다. 숨진 아프간 소년처럼 영국에 들어갈 수 있는 합법적인 신분이지만 절차가 지체되면서 칼레에 사실상 갇혀버린 탓이다.
헬프레퓨지스의 애니 가브리레스크는 “난민촌 아이들이 소년의 죽음을 목격했다. 소년은 가족과 만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다보니 법적 절차를 밟아서 영국에 갈수 있다는 믿음을 잃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선택지는 목숨을 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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