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센강 도로 보행자 전용 도로로 바꾼다

대기 오염 개선 위해 동쪽 도로 차량 통행 금지
시민 55% 찬성 …교통 체증 우려 반대 의견도

지난 2013년 프랑스 파리 센 강변 도로의 모습. 파리시의회는 26일(현지시각) 대기 오염 개선을 위해 파리 센강 오른쪽에 있는 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보행자 전용 도로로 바꾸는 제안을 통과시켰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가 대기 오염 개선을 위해 핵심 도로 중 한 곳인 센강 강둑 강변 고속도로 일부를 보행자 전용 도로로 바꾼다.

파리 시의회는 26일 센강 둑 오른쪽에 있는 루브르박물관 인근 튈르리 정원부터 바스티유까지 3.3㎞ 도로에서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기로 의결했다. ‘파리를 숨쉬게 하자’라는 이름으로 대기오염 개선 운동을 벌이고 있는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이번 조처를 “역사적 결정”이라며 “도시 고속도로를 끝내고 센강에 (땅을) 돌려주자”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보행자 전용 도로로 바뀐 구간은 2002년부터 파리 밖으로 휴가를 가지 못하는 시민들이 여름철을 즐길 수 있는 인공 백사장인 ‘파리 플라주’가 조성됐던 곳으로,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여름 한달 동안은 차량 통행이 금지됐던 곳이다. 파리시는 보행자 전용 도로 전환을 위해 800만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 돈은 나무 데크 설치와 수목 조성, 비상용 차량 통행로 확보 등에 쓰일 예정이다.

사회당 출신 이달고 시장이 추진한 파리 강변 고속도로 일부 차량 통행 금지 조처는 찬반 양론이 팽팽히 갈리는 사안이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파리 시민의 55%가 이달고 시장의 계획에 찬성했다. 파리 시의회 의결은 시의원 다수인 사회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성공했으나, 우파인 공화당 의원들은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 도로를 이용하는 자동차는 하루 평균 4만3000대에 이른다. 자신을 연금 생활자라고 밝힌 베로니크 그리종은 “우리에게는 기쁜 소식”이라며 “하지만 주중 보행자 전용 도로에 200명 정도가 걷고 있고, 다른 도로에는 불만에 찬 운전자 2만명이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시가 교통 체증 우려에도 불구하고 핵심 도로에서의 차량 통행을 금지한 이유는 심각한 대기 오염 때문이다. 파리의 대기 오염도는 유럽연합(EU) 기준을 초과하며,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중국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엇비슷할 때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때문에 프랑스 전역에서 해마다 4만2000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추정치를 낸 적이 있고, 프랑스 보건당국은 파리에서 대기오염 때문에 숨지는 이가 해마다 2500명 가량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파리시는 이전에도 지난 5월부터 매달 첫번째 일요일에 시내 샹젤리제 거리 2㎞를 차 없는 보행 전용 거리로 운영해 오고 있으며, 다른 곳에서도 보행 전용 도로 확대를 추진중이다. 또 지난 7월부터 주중에는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파리 시내에 20년 이상 노후 차량의 진입을 금지했다.

조기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