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베이비 박스.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l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기를 두고 갈 수 있게 만든 베이비 박스는 세계 각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베이비 박스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베이비 박스’ 설치 금지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베이비 박스 설치가 금지되면 부양 능력이 없는 부모가 아기를 유기하거나 방치해 오히려 아기가 숨지는 경우가 늘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 상원의원 엘레나 미주리나 의원은 최근 의회에 베이비 박스 설치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 500만루블(8700만원)을 내게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29일 전했다. 법안은 아직 의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앞서 2014년 유엔 아동인권위원회도 러시아 정부에 “베이비 박스를 허용하지 말고 대안적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베이비 박스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기를 두고 갈 수 있게 만든 장치로, 러시아에는 20개가량이 설치되어 있다. 러시아에서 베이비 박스는 2011년 처음 도입되었으며, 베이비 박스 덕에 지금까지 아기 50명이 목숨을 구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법안을 제안한 미주리나 의원은 베이비 박스가 부모들이 쉽게 아기를 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아기 밀매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비 박스는 러시아 외에도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캐나다, 미국,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9년 서울 난곡로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베이비 박스는 중세 시대에도 존재했을 만큼 역사도 깊다. 중세 유럽에서는 교회에 아기를 놓고 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둬서, 부모가 아기를 익명으로 놓고 갈 수 있게 했다. 교황 이노켄티우스3세는 1198년 부모가 아기를 죽이는 비극적인 일을 막기 위해서 베이비 박스와 유사한 장치들을 허가하는 칙령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현대에도 유엔 아동인권위원회에서는 베이비 박스 금지를 주장하고, 체코 등 일부 국가는 베이비 박스를 합법화하는 등 여전히 베이비 박스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베이비 박스 설치 금지에 반대하는 한 러시아인은 라이브저널이라는 블로그에 “금지는 아무 것도 해결 못할 것이다. 아기들이 함부로 유기돼서 결국 숨질 것”이라고 적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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