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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성폭행당해 임신했는데 낙태 못한다고?

등록 2016-10-04 13:38수정 2016-10-04 15:40

폴란드 여성들 ‘낙태 금지법 반대’ 검은 옷 시위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 총파업에서 영감 받아
3일 폴란드 바르샤바 중심가의 광장에서 집권 극우 정당의 낙태 전면 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우산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르샤바/AP 연합뉴스
3일 폴란드 바르샤바 중심가의 광장에서 집권 극우 정당의 낙태 전면 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우산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르샤바/AP 연합뉴스
성폭행을 당해 임신이 돼도 낙태를 할 수 없는 법이 추진되고 있는 폴란드에서 여성들이 파업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3일 폴란드 전역에서 여성 수천명이 집권 극우정당인 법과 정의당이 추진하는 낙태 전면 금지법에 반발해, 하루 동안 파업을 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수도 바르샤바의 일부 소규모 상점들도 문을 닫고 “파업에 동참한다”는 팻말을 내걸었다.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에서는 식당 주인이 가게 문을 닫아 여성 종업원들이 파업에 동참할 수 있게 했다. 크라쿠프에 있는 박물관에서는 여성 직원들이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남성 배우인 미하우 제브로프스키는 자신이 운영하는 극장에서 직접 표를 팔아, 여성 직원들이 파업에 동참하게 도왔다.

폴란드 여성이 파업 투쟁에 나선 이유는 법과 정의당이 추진하고 있는 극단적인 낙태 금지법안 때문이다. 가톨릭 인구가 많은 보수적 국가인 폴란드에서는 성폭행을 당해서 임신이 된 경우,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출산이 산모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가 금지되어 있다. 법과 정의당은 이런 경우조차 낙태를 금지하고 낙태를 하는 경우에는 임신부와 집도의에게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여성들과 파업 취지에 공감한 남성들은 바르샤바와 그단스크 등 폴란드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3일을 ‘검은 월요일’이라고 부르며 검은 옷을 입고 “나의 자궁은 나의 선택” 같은 구호를 외쳤다. 바르샤바시는 이날 3만명이 바르샤바에서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폴란드 여성 파업은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 총파업에 영감을 받은 것이다. 1975년 10월24일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일자리 등에서 남녀 차별을 비판하며 여성 90%가 동참하는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이날 출근을 하지 않고 집안 청소나 아이 돌보기 같은 집안일도 거부했다. 이듬해 아이슬란드 의회는 남녀고용평등법을 통과시켰다.

폴란드 여성 파업은 아이슬란드 여성 파업만큼 위력적이지는 않았다. 바르샤바에서 상점 대부분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의회 다수당인 법과 정의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르샤바 시위에 나섰던 한 여성(34)은 <에이피> 통신에 “나는 아이가 둘 있고 강경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 건강과 내 아이들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낙태 금지법은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폴란드 사회가 보수적이고 최근 우경화가 더욱 진행되고 있지만 이번 낙태 전면 금지법에 찬성하는 폴란드인은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단 11%에 불과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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