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중심가의 광장에서 집권 극우 정당의 낙태 전면 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우산을 쓰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르샤바/AP 연합뉴스
성폭행을 당해서 임신을 해도 낙태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극단적 낙태 전면 금지법을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폴란드 전역에서 낙태 전면 금지법 추진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나자, 폴란드 집권 극우 정당인 ‘법과 정의’당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야르슬로 고빈 폴란드 부총리는 5일 “낙태 전면 금지는 없을 것이다”며 “(시민들의 시위는) 우리에게 겸손함에 대해서 가르쳐주었다”고 말했다. 이날 낙태 전면 금지법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던 의회 내 정의와 인권 위원회가 낙태 전면 금지법을 제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폴란드에서는 지난 3일 낙태 전면 금지법에 반대하는 여성과 이에 공감한 남성 수만명이 전국적인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3일을 ‘검은 월요일’이라고 부르며 검은 옷을 입고 “나의 자궁은 나의 선택” 같은 구호를 외쳤다. 수도 바르샤바에서만 3만명 시위에 나섰다. 폴란드 여성 수천명은 같은 날 파업도 벌였다. 파업은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을 이끌어낸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 총파업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가톨릭 신도 인구가 많은 보수적 국가인 폴란드에서는 예전부터 낙태는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경우,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출산이 임신부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 외에는 금지되어 있었다. 지난해 집권한 극우 정당 법과 정의당이 낙태 허용 예외 조항마저 없애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징역 5년형까지 처하겠다고 하자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다.
지난해 집권한 폴란드 극우 정당인 법과 정의당인 의회에서 다수당이기 때문에 낙태 전면 금지법을 강행 통과시킬 수 있지만, 전국적 시위가 일어나자 물러나기로 한 듯 보인다.
하지만 법과 정의당이 낙태 전면 금지법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법과 정의당은 이전에도 낙태 전면 금지법을 추진하다가 시위가 일어나자 물러섰으나, 이번에 다시 이 법을 들고나왔던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