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미테랑(사진) 전 프랑스 대통령이 혼외 관계를 맺었던 연인에게 보냈던 연애 편지가 수십년 만에 공개된다.
미테랑 전 대통령과 혼외 관계로 딸을 낳았던 안 팽조(73)는 연인 관계가 시작됐던 1962년부터 미테랑이 숨진 1996년까지 미테랑에게서 받은 편지 1200통의 내용을 담은 책을 이달 말 출간할 예정이라고 프랑스 언론들이 5일 보도했다. 프랑스 주간지 <롭스>는 책 출간 전에 일부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미테랑은 46살 때 19살이었던 팽조와 연인 관계를 시작했다. 미테랑은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1981년부터 1995년 사이 밤에는 팽조와 딸 마자린이 사는 파리의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이 아파트를 구했으며, 경호원들의 경호도 받았다.
비밀이었던 둘의 관계는 1994년 주간지 <파리 마치>가 미테랑이 팽조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과 함께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팽조와 딸 마자린은 1996년 미테랑이 숨졌을 때 미테랑 부인인 다니엘, 아들과 함께 장례식에 참가해, 공개 장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미테랑은 팽조와 연인 관계가 시작된 초기인 1963년 연애편지에서 “당신과 같이 있고 싶다”고 적었다. 1965년에는 대통령 출마를 결심했다며 “내가 당신 생각을 하고 있으며 안-프랑수아의 사랑은 놀랍게도 유익하다는 것을 당신을 알고 있는가?”라고 적었다.
1980년 편지에서는 미테랑은 팽조를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다고 적었다. 하지만 미테랑과의 관계를 숨기고 살고 있는 팽조의 고통에 대해서 미안함도 드러냈다. “중요한 일들이 있을 때 혼자 있어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라고 썼다. 미테랑은 숨지기 몇달 전인 1995년 편지에서 팽조를 만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적었다.
미테랑과 팽조의 관계는 오랫동안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2005년 영국 기자들이 <비밀 가족>이라는 책에서 미테랑이 원래 팽조 부모와 알고 지냈던 사이였으며, 지방에 살던 팽조 부모가 파리의 학교로 진학하는 팽조를 돌봐달라고 부탁한 것이 둘이 연인 관계로 발전한 계기였다고 적었다.
이 책 내용을 보면, 팽조는 미테랑이 대선 운동을 했던 1974년 임신한 뒤 한동안 영국 런던으로 피해 있다가, 프랑스로 돌아와 아비뇽에서 출산했다. 미테랑은 당시 옆에 없었다.
팽조가 미테랑이 숨진 지 20년 만에 편지를 공개한 이유는 둘의 관계를 역사 속에 남기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있다. 팽조의 책은 미테랑 탄생 100주년을 맞는 이달 말 출간 예정이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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