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프랑스 파리 북역 인근 라리부아지에르 병원에 문을 연 합법적 마약 주사실에 설치된 마약 투약용 책상들 옆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마약 주사실에는 이런 책상이 10여개 마련되어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첫 ‘마약방’이 문을 열었다.
1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북역 인근 라리부아지에르 병원에서 정부가 마약 투약을 허용하는 마약방이 문을 열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마약방은 마약 중독자들이 불결한 주사 바늘을 사용해 질병에 감염되거나 마약을 과다 투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합법적인 마약 주사실이다.
마약 주사실은 병원 현관과 분리된 별도의 통로를 통해 갈 수 있으며 독서실 의자처럼 생긴 10여개의 투약 책상을 갖추고 있다. 마약 중독자가 헤로인 같은 중독성이 강한 마약을 가지고 오면 대체품으로 교환해주기도 하며 소독된 주사기는 따로 준다. 마약 주사실에서 마약을 투약하려는 이들은 사전에 등록을 해야 하지만 실명을 적을 필요는 없으며, 마약 주사실에서 마약 투약을 해도 처벌을 받거나 경찰의 추적을 받지는 않는다. 하루 2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마약 주사실에는 의사와 간호사, 상담사 등 20여명이 상근한다. 파리 북역 인근은 파리 마약 거래 중심 지역 중 한 곳이다.
11일 프랑스 파리 북역 인근 라리부아지에르 병원에 문을 연 합법적 마약 주사실에 주사기와 안내 팜플렛 등이 놓여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보건부 장관인 마리솔 투렌은 11일 파리 마약 주사실을 방문해 “(마약) 중독 재앙과의 싸움에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앞으로 파리 외에도 동북부 스트라스부르, 남서부 보르도에도 마약 주사실 개설을 검토할 예정이다.
마약 주사실은 지난 1986년 스위스가 개설한 이래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덴마크, 룩셈부르크 등에서도 설치됐다. 투렌 장관은 프랑스가 마약 주사실을 개설한 10번째 나라라고 말했다.
프랑스 보건부 조사를 보면 프랑스에서는 마약 중독자들이 불결한 주사 등을 사용해 마약 중독자 10%가 에이즈에 감염되어 있으며 40%는 C형 간염에 감염되어 있다. 마약 주사실이 마약 중독자들의 질병 감염과 과도한 마약 사용으로 인한 사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프랑스 정부는 기대한다.
하지만 마약을 합법적으로 주사할 수 있는 공간이 마약 중독을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우파인 공화당의 필리프 구종 의원은 <르 피가로>에 “우리는 (마약 중독) 위험을 줄이는 정책에서 마약을 일상적으로 투약하는 정책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정부는 ‘마약을 해서는 안돼. 하지만 이곳(마약 주사실)에서 마약을 투약하면 어찌됐든 우리가 도와줄게’라고 말하고 있는 꼴이다”고 비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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