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칼레 난민촌을 철거하기 시작한 첫날인 24일 저녁 난민촌 텐트들 사이로 난민들이 불을 피워 추위를 녹이며 앞일을 걱정하고 있다. 칼레/AFP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24일(현지시각) 도버해협에 인접한 항구도시 칼레에 있는 난민촌 강제철거 작업을 개시했다. 칼레는 프랑스와 영국을 잇는 해저터널인 ‘채널 터널’의 진출입로에 있는 마을로,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려는 중동 및 아프리카 출신 난민 8000여명이 몰려 있다. 이곳 난민촌은 상·하수도와 위생시설도 갖춰지지 않아 ‘정글’로 불린다.
프랑스 칼레 난민촌의 난민들이 프랑스 정부의 난민분산수용 정책에 따라 24일 남동부 도시 리용으로 옮겨져 난민수용시설로 향하고 있다. 칼레/AFP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수개월 전부터 계획해온 이번 철거 작업은 일주일간 지속되며, 이곳 난민들은 프랑스 전역의 난민수용시설 280여곳에 분산 수용될 것이라고 <프랑스24> 방송 등이 보도했다. 철거 첫날인 24일에만 2000여명의 난민이 프랑스 중동부 지역의 난민센터로 옮겨졌다. 프랑스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200여명의 경찰력을 배치했으나 우려했던 충돌 사태는 없었다.
수단에서 온 16살 난민 모하메드는 <프랑스24>에 “칼레 정글은 짐승들에게나 맞는 곳이지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다”며 이전 수용을 반겼다. 난민들은 건강 상태와 각자 처지에 따라 성인 개인, 가족, 취약 계층,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 등 4개 그룹으로 나뉘어 수용된다. 이들은 프랑스 정부에 국제법이 정한 난민 지위 신청을 해 난민 여부를 판정받게 된다.
그러나 일부 난민은 상대적으로 구직이 쉽고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으로 가기를 원하면서 칼레 난민촌을 떠나길 거부한다. 아프가니스탄·에리트리아·수단 등지에서 온 난민들은 앞서 최근 몇주동안 영국이 수용한 200여명의 난민들처럼 영국행을 열망하고 있지만, 이미 영국 이민당국과 인터뷰를 했던 이들도 아직까지 결과 통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칼레에서 난민 지원 활동을 하는 영국 출신 자원봉사자 샐리 헌트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 중 2곳(영국과 프랑스)이 이런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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