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아이슬란드 총선에서 일약 제2당으로 떠오른 해적당의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대표(오른쪽 셋째 목도리 차림의 여성)와 당원들이 개표 현황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레이캬비크/로이터 연합뉴스
해적당 집권 시대가 열릴까? 29일 치러진 아이슬란드 총선에서 신생 소수정당이던 해적당이 약진하며 원내 제2당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전체 의석 63석 중 단독으로 과반(32석)을 차지한 정당은 나오지 않았다. 해적당이 주도한 중도좌파 정당 연합과 현 집권 보수연합 중 어느 쪽이 소수정당을 끌어들여 연정을 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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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가 완료된 30일 새벽(현지시각), 해적당은 모두 10석을 확보했다고 <데페아>(dpa) 등 외신들이 전했다. 해적당과 연정 구성에 합의한 좌파녹색당(10석), 사회민주당(3석), 밝은미래당(4석)의 의석을 모두 합하면 27석으로 과반에 못 미쳤다.
그러나 현 집권 연정을 주도하는 독립당(21석)과 연정 파트너인 중도우파 진보당(8석)도 29석을 얻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전체 63석 중 나머지 7석은 중도 성향의 재건당이 차지하며 연정 구성의 결정적 캐스팅보트를 쥐었다. 집권 연정과 좌파 연합은 재건당과의 연정 구성을 위한 치열한 협상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좌파 연합이 승리할 경우, 아이슬란드 해적당은 2000년대 이후 유럽에서 처음 등장한 ‘해적당’으로는 세계 최초로 집권 정당이 된다. 비르기타 욘스도티르(49) 해적당 대표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투표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젊은이들, 그리고 우리 사회를 만든 진보적 시민들의 기반”이라며 “의적 로빈 후드처럼, 우리는 권력자들에게서 권력을 빼앗아 민중들에게 돌려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3년 총선에서 아이슬란드 해적당은 창당 1년 만에 3석을 차지하며 의회에 진출했다. 해적당은 수도인 레이캬비크의 항구에 정박 중인 선박에 중앙당 사무실을 두고 있다.
해적당은 2006년 스웨덴에서 처음 출범한 이래, 2011년 독일과 2012년 아이슬란드에서도 닻을 내렸다. 해적당은 직접민주주의, 시민들의 무제한적 정치 참여,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 무제한 보장, 부자 증세, 마약 합법화, 인터넷 자유화 등 급진적 자유주의 가치를 옹호한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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