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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베를린통신] 인턴사원은 값싼 노동력일 뿐?

등록 2005-11-03 18:51수정 2006-04-14 14:03

고학력 취업이 어려운 독일에선 출판사에 일하는 타냐(오른쪽)처럼 대학 졸업 후 인턴사원으로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고학력 취업이 어려운 독일에선 출판사에 일하는 타냐(오른쪽)처럼 대학 졸업 후 인턴사원으로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독 기업들, 구직난을 이윤창출 수단으로…
착취 ‘희생자’이면서 정규직엔 ‘가해자’
노조연맹선 권리구제 등 적극대응 나서

스위스의 대학에서 문학과 법학을 전공한 타냐는 졸업 후 바로 베를린에 있는 작은 법률서적 출판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타냐는 일주일 중 4일 동안 8시간씩 일하고 있지만, 받는 보수는 한달에 250유로(약 30만원)에 불과하다. 타냐는 “저임금의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것은 안정된 직장을 얻기까지 경력을 쌓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 출판사는 정식 직원 7명 외엔 모두 인턴사원이다. 이 출판사는 다른 많은 독일 기업들처럼 많은 인턴사원을 고용해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

통일후 최고치인 10.8%의 실업률(450여만명)을 겪고 있는 독일에서 인턴사원을 거치지 않고 대학 졸업 뒤 곧장 직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원래 인턴사원은 미래의 직업을 준비하기 위한 경험을 쌓는 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독일에서 인턴사원은 값싼 노동력의 대명사이자 노동력 착취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대학시절 인턴사원을 경험했던 이들도 많은 경우 졸업 후 다시 인턴 사원을 전전해야 한다. 그렇다고 인턴생활이 이후 안정된 직장을 보장되지는 않는다. 올 초 독일 유력 주간지 <차이트>가 고학력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군단을 이른바 ‘실습세대’로 지칭했다. 인턴 사원을 거치지 않고 직장에 발을 들여놓기가 힘들 뿐 아니라, 인턴사원을 전전해도 확실한 직장을 잡기 힘든 요즘 젊은이들의 현실을 잘 나타낸 이 용어는 현재 널리 통용되고 있다. 이른바 ‘실습세대’는 독일 전체에서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은 인턴사원 제도를 이윤창출에 이용하기 사작했다. 인턴사원에게 일을 배우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심한 경우 임금이 낮은 인턴사원이라는 비정규직으로 정규직 자리를 대체하기도 한다. 게다가 많은 경우 인턴사원은 능력에 맞는 일을 배우기보다는 개인 데이터뱅크관리 같은 단순노동에 배치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인턴사원은 회사에서 저임금으로 착취당하는 희생자인 동시에 다른 정규직을 없애는 가해자가 된 것이다.

이처럼 인턴사원으로 인한 부작용과 착취가 심해지자 서서히 저항과 반대의 움직임도 늘고 있다. 독일노동조합연합은 기업들이 인턴사원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막을 목적으로 ‘일하는 대학생’이라는 분과위를 만들어 인턴사원들의 권리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하는 대학생’은 학생들에게 인턴실습 정보를 제공하고, 인턴사원으로서 권리와 각 회사들의 노동환경을 알려준다. 특히 각 기업들이 인턴사원에게 규정에 따른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는지, 또 능력에 걸맞은 업무배정을 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인터넷사이트에 마련해 놓았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년 동안 다섯 곳에서 무임금 인턴사원을 했던 베티나 리히터는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기 전 1개월간 무보수 인턴사원 노릇을 또 거쳐야 했다. 나중에 소송을 통해 무보수 1개월치의 임금을 받아낸 그는 비슷한 경험을 가진 회원 4명과 함께 ‘공정한 노동’이란 모임을 만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턴사원들을 돕고 있다.글·사진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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