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미국 유럽 MD 맞서 핵무기 탑재 가능 미사일 배치

폴란드 접경 도시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배치

빨간 표시 부분이 칼리닌그라드. 구글 지도 갈무리

러시아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동유럽 배치에 맞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발트해 연안 도시인 칼리닌그라드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칼리닌그라드는 2차대전 종전 이전까지 독일 영토였다가 러시아에 양도된 곳으로, 러시아 본토와는 떨어져있으며 폴란드와 접경한 도시다.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 위원회 빅토르 오제로프 위원장은 21일 미국이 동유럽 국가들에 건설하고 있는 미사일방어 시스템과 관련해 “이러한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는 추가적 무력을 배치할 것이다. 여기에 방공미사일 ‘S-400’ 시스템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시스템을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러시아 방송에서 미국의 동유럽 배치 병력 위협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우리의 미사일 시스템과 시설을 노리는 조처들 그리고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것에 대해서 대응 조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 시스템 배치에 맞대응으로 이스칸데르 미사일 칼리닌그라드 배치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러시아는 이전에도 이스칸데르 미사일 칼리닌그라드 배치 계획을 밝힌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일시적 배치라고 했다. 이번에는 일시적 배치인지 영구적 배치인지를 따로 밝히지는 않았다. 이스칸데르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500㎞로 재래식 무기나 핵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으며, 타격 능력이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약 145㎞ 떨어진 남부 데베셀루에 미국이 미사일 방어(MD) 기지를 완공했으며, 폴란드에도 2018년까지 미사일 방어 기지를 만들 계획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러시아를 노린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2008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도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경고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2009년 새로 들어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폴란드 등에 대한 미사일 방어 기지 구축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하자, 러시아도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철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조기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