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파리 엘리제궁에서 재선 출마 포기 선언을 하고 모습이 텔레비전 방송으로 생중계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지지율이 4%까지 추락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성립 이후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는 경우는 올랑드가 처음이다.
올랑드는 1일(현지시각) 엘리제궁에서 성명을 발표해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사회당원으로서 내 인생의 결단이다. 나는 좌파의 분열과 분산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는 보수주의와 더 심하게는 극단주의와 맞서 싸울 희망을 없앨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이날 성명 발표에서 “내 유일한 임무는 앞으로 (대선을 앞둔) 몇달 동안 나라를 이끄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올랑드의 지지율은 한때 4%까지 추락했는데, 이는 2차대전 이후 대통령 지지율 가운데 최저 수준에 속한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11월30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랑드가 내년 4월 대선 1차 투표에 나설 경우 득표율이 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아에프페> 통신은 올랑드가 화려하면서도 변덕스러웠던 성격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 대항해 자신을 “보통 사람”이라고 홍보하며 당선됐으나, 올랑드 임기 기간 동안 프랑스는 결코 보통의 상황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올랑드의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에 이슬람 극단주의가 저지른 대형 테러만 3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1월 잡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로 12명이 숨지고, 같은해 11월 파리 테러 때는 최소 130명이 사망했다. 올해 7월에는 니스에서 트럭 돌진 테러가 일어나 84명이 숨졌다.
올랑드는 정부 출범 초기에는 부유층의 소득에 최고 75% 세율을 적용하는 부유세를 시행해 좌파적인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경기 회복과 실업 감소를 구실로 부유세는 폐지했고, 기업 법인세는 오히려 낮췄다. 주 35시간 노동제 형해화를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정을 대규모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다. 지난해 부유세가 폐지되자 소득 격차의 심각성을 알린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를 거부했다.
올랑드는 1일 성명 발표에서 좌파 정부에서 이뤄진 우파적 경제 정책들에 대해서 10%에 달하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기업 세금을 낮췄다. 일자리와 직업 훈련 기회를 늘리는 것이 내가 우선적으로 한 일이다”며 “노동 법규 개혁에 대해서 책임을 졌다. 성과는 내가 예전에 이야기한 것보다는 늦게 나타나겠지만 저기에 있다”고 말했다. 올랑드는 사회적으로도 2013년 동성결혼 합법화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올랑드는 지지율 추락에는 개인 스캔들도 작용했다. 지난 2014년 연인인 여배우의 집을 스쿠터를 타고 방문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이 스캔들로 올랑드는 동거했던 여자 친구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와 헤어졌다. 트리에르바일레는 이후 올랑드가 가난한 사람들을 “이빨 없는 사람들”이라고 조롱했다고 주장하는 책을 냈다. 올랑드는 최근에는 대담집 <대통령이 이걸 말하면 안 되는데>에서 사회당 동료들과 법조계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올랑드 대선 불출마로 사회당에서는 마뉘엘 발스 총리가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발스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1차 투표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년 대선은 중도 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와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2파전을 벌일 확률이 높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