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 총리 사퇴…브렉시트 이어 이탈리브?

등록 2016-12-05 17:22수정 2016-12-05 21:51

마테오 렌치 총리 사임…조기 총선 치를 듯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 영향력 커질 듯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정치 생명을 걸고 추진한 개헌안 국민투표가 부결되자 5일 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리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로마/EPA 연합뉴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정치 생명을 걸고 추진한 개헌안 국민투표가 부결되자 5일 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리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로마/EPA 연합뉴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정치 생명을 걸고 추진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부결됐다. 반대에 앞장 선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의 영향력 강화가 예상되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이은 ‘이탈리브’(또는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온다.

4일 이탈리아 전역에서 치러진 개헌 국민투표 이후 공영방송 <라이>(RAI) 등이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 반대가 54∼59%로, 찬성 41∼46%에 월등히 앞섰다. 렌치 총리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 오늘로 나의 정부 관련 경력은 끝난다”고 말했다. 렌치 총리는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고, 새 정부 구성을 요청했다.

민주당 정부는 2018년까지 집권할 수 있지만, 총리 사임에 따라 내년에 조기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 실시되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국가들) 탈퇴를 주장하는 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이 집권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유럽은 브렉시트 이후 또한번의 충격에 빠질 뿐 아니라, 유럽연합이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

중도좌파 정당인 민주당 출신의 렌치 총리는 2014년 집권 뒤 이탈리아 경제가 살아나려면 상원과 지방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헌법을 바꿔야 한다며,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렌치 정부가 제안한 헌법 개정안은 상원의원 수를 현행 315명에서 95명으로 대폭 줄이고 하원과 동등했던 권한도 자문기구 수준으로 격하하는 내용이다. 치안과 사회간접자본, 교통 등 지방에 부여됐던 권한 상당 부분도 중앙정부가 가져가는 내용이다.

그런데 렌치 총리가 국민투표를 총리 사임과 연동시키면서 국민투표는 개헌안 찬반 투표라기보단 렌치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으로 바뀌었다. 2013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엇비슷한 득표율을 기록한 오성운동의 베페 그릴로 대표는 렌치 총리를 “연쇄 살인마”라고까지 부르며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극우 정당인 북부동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전진 이탈리아’(FI)도 가세했다.

2009년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회복세가 더딘 이탈리아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반유럽연합(EU) 정서도 악재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만2790달러로, 2005년(3만2390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며, 실업률도 이달 기준 11.6%로 유로존 내에서 그리스, 스페인,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다음으로 높다.

자신을 공산당 지지자라고 밝힌 알프레도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탈리아가 유럽에 종속되는 게 싫다. 유럽을 좋아하지만 민중의 유럽을 좋아한다”며 개헌안 반대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퇴임한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의 외교자문이었던 스테파노 스테파니는 국민투표가 “이탈리아의 반유럽과 반체제 세력의 힘에 대한 시험이었다”며 “(개헌안 부결로) 경제적 좌절과 유럽연합에 대한 분노를 자양분으로 성장한 정당들이 더욱 대담해질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의 일원이 아니라 “국민국가로 독자적으로 가려는 방향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 총선에서 가장 주목할 정당은 오성운동이다. 포퓰리즘 정당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오성운동은 기존 체제에 대한 부정을 핵심으로, 좌파와 우파라는 전통적 구분법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한 정당이다. 오성운동은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가 2009년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창당한 정당으로, 오성(5개의 별)은 △공공 수도 △지속가능한 교통 △지속가능한 개발 △인터넷 접근권 △환경주의를 각각 상징한다. 뜻만 보면 좌파 정당 같지만, 유럽의회 안에서는 영국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과 같은 단체에 속해있다.

핵심 주장도 유로존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 제안이다. 오성운동은 올해 로마시장을 배출했다. 2013년 총선에선 민주당에 이어 득표율 2위를 기록했다. 의석은 적게 배정받았지만 이탈리아 본토 득표율만 보면, 25.55%로 민주당(25.42%)보다 오히려 높았다. 그릴로는 국민투표 부결 뒤 “수주 안에 총선을 실시하자”고 주장했지만, 총선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릴로가 줄곧 주장하는 것은 ‘유럽연합 탈퇴’가 아니라 ‘유로존 탈퇴’이며, ‘이탈리브’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아직은 크지 않다. 하지만, 오성운동의 약진은 유럽에서 유럽연합 약화 흐름에 기름을 부을 것이 분명하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