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6일 에센에서 열린 집권 기독민주당(CDU)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재선출된 뒤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에센/EPA 연합뉴스
총리 4연임 도전에 나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얼굴을 가리는 베일 착용을 전면 금지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서구 언론들이 ‘서구 자유주의의 수호자’로 묘사하는 메르켈 총리가 우파적 발언을 내놓은 이유는 독일 극우 세력의 확장을 차단하기 위해 내민 카드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6일 에센에서 열린 집권 기독민주당(CDU) 전당대회에서 9번째 대표로 재선출된 뒤, 수락 연설에서 부르카 착용 전면 금지 같은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고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내년 9월 열리는 총선에서 기민당과 기독사회당(CSU) 총리 후보로 나설 예정이다.
이날 기민당 대의원 대회에서 메르켈은 기민당 대의원 994명으로부터 89.5% 지지를 받아 대표가 됐다. 상당히 높은 지지율이긴 하지만, 지난 2014년 때 받았던 지지율 96.7%에 비하면 떨어진다. 그 배경에는 지난해 여름 메르켈이 시리아 난민을 받겠다고 밝힌 뒤, 독일에 90만명이 넘는 난민이 쏟아진 사태가 자리하고 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난민 대거 유입에 대한 사회 불만을 배경으로 주요 지방의회 선거에서 선전하고, 집권 기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메르켈은 6일 전당대회에서 “지난해 여름같은 (난민 대거 유입) 사태는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은 (현재) 법적으로 착용 가능한 어떤 곳이든지 (앞으로는) 금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은 머리에서 발목까지 덮는 부르카나 눈만 드러내는 니캅을 가리키는 듯하다. 메르켈 총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베일 착용을 금지하겠다고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기민당은 법원과 경찰 검문 장소,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 등에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 착용을 금지하는 법을 검토하고 있다.
베일 착용에 대한 메르켈 정부의 이런 태도는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지난 여름 유럽에서 무슬림 여성의 수영복인 ‘부르키니’ 착용 금지 논란이 일었을 때도 메르켈 정부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은 착용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정도였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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