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빅벤의 모습. 영국은 세계 최초로 세 부모 아이 시술을 법적으로 허용했다.
영국 보건당국이 15일 세계 최초 ‘세 부모 아이’ 시술을 승인했다. 세 부모 아이는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DNA) 결함을 지닌 여성의 난자에서 핵만 빼내 핵을 빼낸 기증자의 난자에 주입해 유전 질환의 대물림을 막는 방법으로, 아이의 생물학적 부모가 3명이기 때문에 세 부모 아이로 불린다.
영국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은 의료진이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해, 세 부모 체외수정을 승인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인간수정·배아관리국 샐리 채셔 국장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이 있는 아이를 낳은 위험이 있는 부모들은 이제 건강한 아이를 가질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의회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난자와 배아를 여성에게 주입하기 전에 변형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해, 세계 최초로 세 부모 아이 시술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세 부모 아이라고 해도 아이는 기증자보다는 시술 희망 부부 유전자를 대부분 물려받는다. 성격 등 대부분의 유전정보는 난자 핵에 들어있고, 기증자가 제공하는 핵을 제거한 난자에는 전체 유전자 디엔에이(DNA)의 1%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세 부모 아이 시술이 허용됐다고 해서 갑자기 많은 시술이 시행되지는 않을 듯하다. 영국 인간수정·배아국은 이 시술을 유전 질환 방지 목적으로 한정했으며 해당이 되는지를 건별로 심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영국 뉴캐슬대학은 세 부모 아이 시술 시행 권한을 영국 당국에 요청할 계획인데, 한 해 25쌍까지 시술할 계획이다.
하지만 세 부모 아이 시술이 유전정보에 인간이 개입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하는 이들도 많다. 인간유전자경보그룹의 데이비드 킹 대표는 “이번 결정은 ‘디자이너 베이비’(유전자 변형 맞춤형 아기)의 문을 열 것”이라며 “미토콘드리아 대체는 유전자 변형 아이를 거부할 논리적 근거가 사라진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세계 최초 세 부모 아이는 멕시코에서 태어났다. 미국 연구진이 미국 법률에서 허용되지 않는 시술을 멕시코에서 했다. 멕시코는 세 부모와 아이와 관련된 규정 자체가 없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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