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도 베를린 번화가에서 트럭이 돌진해 12명이 숨지고 약 50명이 다친 테러가 일어난 다음날인 20일 저녁, 한 경찰관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촛불과 메모가 쌓인 꽃무덤 위에 촛불을 놓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가 19일 저녁 독일 베를린에서 일어난 트럭 테러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슬람국가는 20일 자신들의 홍보매체인 <아마크> 통신에 올린 성명에서, “이슬람국가의 한 전사가 (이슬람국가 격퇴전에 참가한) 국제동맹의 국민들을 표적으로 삼으라는 요청에 응답해 공격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명은 테러를 저지른 ‘전사’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19일 저녁 베를린 번화가에서 대형 트럭 한 대가 쇼핑객으로 붐비는 크리스마스시장으로 돌진해 12명이 숨지고 4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토마스 마이지에레 독일 내무장관은 “여러 방면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슬람국가의 주장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독일 당국은 범행 직후 트럭에서 도망쳤던 운전자를 사건 현장에서 1.5㎞가량 떨어진 곳에서 붙잡아 조사를 했으나, 그가 파키스탄 출신 난민이라는 사실 외에 이번 사건의 범죄 혐의를 밝혀내지 못해 풀어줬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독일 연방검찰은 용의자가 경찰 신문에서 많은 정보를 제공했지만 자신의 범행은 완강히 부인해 ‘증거 불충분’으로 일단 석방했다고 밝혔다. 연방검찰의 페터 프랑크 검사는 그러나 기자들에게 “이번 공격은 그 방식과 목표물 선정으로 미루어 이슬람 극단주의의 소행임을 짐작케 한다”고 말했다.
독일 경찰의 한 고위 관리는 현지 일간 <디 벨트>에 “우린 엉뚱한 사람을 잡았고, 상황은 다른 국면을 맞았다. 진짜 범인은 여전히 무장한 채 도망 중이며 또다른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경찰은 트위터에 “베를린 시민은 특히 조심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독일 수사당국은 이번 트럭 테러의 단서를 포착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지만 당장은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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