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왼쪽 두번째) 독일 총리가 트럭 테러가 일어난 베를린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서 20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메르켈의 죽음이다.”
독일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 앞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서 대형 트럭이 돌진해 최소한 12명이 숨진 테러가 일어난 19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대안) 소속 정치인 마르쿠스 프레첼은 트위터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때문에 사망자가 나왔다는 글을 올렸다. 프레첼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대안의 다른 정치인들도 이번 참사의 책임을 메르켈의 난민 포용 정책에 있다며 메르켈을 공격했다. 대안의 대표인 프라우케 페트리는 “독일은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국경 통제를 주장했다. 부대표인 알렉산더 가우란트는 “메르켈의 난민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적해왔다”고 말했다고 독일 <데페아>(DPA) 통신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도 19일 테러 용의자가 난민 출신이었다면 “날마다 난민을 도아왔던 아주 많은 독일인들에게 그리고 우리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히 소름 끼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트럭 돌진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경찰은 참사 직후 20대 파키스탄 출신 난민을 용의자로 체포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어줬다. 이번 테러를 난민 출신이 저질렀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지난해 난민 포용 정책을 펼친 메르켈 총리에게는 큰 타격이 된다. 서구 언론들은 극우정당들이 득세하는 유럽에서 메르켈을 마지막 남은 자유주의 수호자라고까지 평가했지만, 이번 테러로 메르켈은 큰 위기를 맞았다.
메르켈은 총리 4연임에 도전하는 내년 총선이 “가장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왔다. 이번 테러로 내년 총선의 중심 쟁점으로 난민 문제와 이슬람 테러가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메르켈은 더 힘든 선거를 치르게 됐다. 독일 마인츠대학의 위르겐 팔터 교수는 “(이번 테러로) 내년 총선 선거 운동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식의 비도덕적 형식이 될 것이다”고 <파이낸셜 타임스>에 말했다.
메르켈은 극우파들 뿐만 아니라 정권 내부의 견제도 더욱 거세게 받을 듯보인다. 메르켈이 속한 기독민주당(CDU)과 연정을 하고 있는 바이에른주 지역 정당인 기독사회당(CSU)의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는 “이민과 안보 정책 전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당 출신으로 독일 자를란트주 내무장관인 클라우스 보용은 “우리는 전쟁 상태에 놓여 있다. 좋은 면만을 보려는 사람들은 이를 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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