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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크리스마스 트리, 어느 나라가 맨 먼저일까?

등록 2016-12-25 13:47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우리가 최초” 원조 경쟁
관광객 유치 위해…둘 모두 관계 없다 주장도

23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광장 크리스마스 트리 주변에 모여 든 사람들. 크리스마스 트리 원조 국가 자리를 놓고 발트해 국가인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6년째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23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광장 크리스마스 트리 주변에 모여 든 사람들. 크리스마스 트리 원조 국가 자리를 놓고 발트해 국가인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6년째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발트해 국가인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가 올해로 6년째 크리스마스 트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웃인 두 나라는 크리스마스 트리 원조가 서로 자기 나라라고 주장하며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전했다.

크리스마스 트리 원조 논란은 지난 2010년 라트비아가 수도 리가에 1510년 최초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다는 광고를 시작하며 불붙었다. 정체가 불분명한 남성들이 리가에서 과일과 양초로 장식한 나무 모양 구조물을 만들고 주변에서 춤을 추며 놀다가, 며칠 뒤 태워버린 게 크리스마스 트리의 기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가 즉시 반격했다. 에스토니아는 라트비아가 주장한 1510년보다 70년 가까이 앞선 1441년 라트비아와 비슷한 축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에스토니아는 1441년 수도 탈린에서 벌어진 축제에는 진짜 나무가 쓰였다고 주장했다. 에스토니아 역사학자 유리 쿠케스마는 “우리는 가문비나무가 쓰였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라트비아 리가시 시장은 에스토니아의 주장이 ‘객관적인 사실이 개인적 신념이나 감정에 호소하는 것보다 여론을 형성하는 데 힘을 덜 미치는 상황’을 일컫튼 단어인 탈진실(post truth)에 기댄 전략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두 나라가 크리스마스 트리 원조가 서로 자기 나라라고 주장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관광 수입 때문이다. 주요 관광객인 러시아인들이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발길이 줄고 있는데다가 올해는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 테러로 전체적으로 연말 연휴 관광객 숫자가 예전만 못하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국내총생산산(GDP)에서 관광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1%와 3.9%로 크리스마스 트리 원조 주장에서 비껴서 있는 다른 발트해 국가인 리투아니아(1.7%)보다 갑절 이상이다.

크리스마스 트리 원조가 어디인지는 문헌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당사자들도 이를 인정한다. 에스토니아 역사학자 쿠케스마는 크리스마스 트리 원조를 가릴 수 있는 문헌적 근거는 별로 없다며 “독일이나 러시아에서 온 관광객들은 역사적 진실에 관심이 없다. 어디에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와 시장이 있느냐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여행 관련 웹사이트인 ‘유럽 최상의 목적지’를 운영하는 막시밀리엔 레에우네는 크리스마스 트리 원조 전쟁이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두 나라 모두에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모두 논리적 비약을 저지르고 있는 주장도 있다. 라트비아 역사학자인 쿠스타브스 스트렌가는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모두가 크리스마스 트리 원조 근거라고 중세 시대 축제는 크리스마스 자체와 상관이 없는 축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라트비아에서 자신의 주장이 환영받지 못한다며 “저는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캐릭터인) 그린치라고 불리곤 해요”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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