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지에 새해 위문공연을 하러 떠났던 러시아 합창단원이 탄 비행기가 추락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25일 승객과 승무원 92명을 태우고 러시아 소치에서 출발해 시리아로 향하던 투폴레프 Tu-154 군용 항공기가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흑해에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항공기는 이날 새벽 이륙 몇분 뒤인 새벽 5시40분께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추락 항공기 잔해를 소치의 흑해 연안에서 1.5㎞ 떨어진 수심 50~70m 바다에서 발견했다. <타스> 통신은 러시아 당국이 흑해에서 주검 4구를 수습했다고 전했다. 승객과 승무원 구조 소식은 이날까지 아직 보고되지 않았으며, 모두 숨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 착륙하고 있는 투폴레프 Tu-154기의 모습. 25일 흑해에 추락한 러시아 군용기 기종이 Tu-154로,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기종이다. EPA 연합뉴스
승객 대부분은 러시아군 유명 합창단 ‘알렉산드로프 앙상블’ 단원들이었고, 9명은 러시아 언론인이었다. 알렉산드로프 앙상블 단원들은 지중해 연안 시리아 도시 라타키아에 있는 러시아군 기지로 새해맞이 공연을 하러 가던 길이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으며, 아사드 정권을 위해 반군에 공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 관련보다는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 과실 가능성이 더 크다는 추정이 많다.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빅토르 오제로프 위원장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테러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기인 Tu-154는 옛 소련 시절 개발된 오래된 기종이다. 1968년 첫 비행을 했으며 2013년 생산이 중단됐다. 러시아와 북한 등에서 일부가 아직 사용 중이다. Tu-154와 관련한 대표적 사망 사고로는 2010년 4월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 등 96명을 태운 전용기가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상공에서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사고가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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