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반테러법안 주요 내용은?
여당도 “기소않고 90일 구금 인권침해” 반발
테러 고무·찬양죄 신설 등 핵심조항 타협 시도
‘7·7 런던 테러’ 이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적극 추진해온 반테러법안에 대해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과도한 인권 침해” 가능성을 비판하며 반기를 드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9일 하원에서 이 법안 표결이 예정돼 있지만 여당인 노동당 내부의 ‘반란’으로 부결 가능성이 높아지자 블레어 총리는 핵심 조항에 대한 타협을 시도하기로 했다고 <업저버> 등 영국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일부 노동당 의원들은 법안이 부결되면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대 쟁점은 테러 용의자를 기소하지 않고 구금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최대 14일에서 90일로 늘리는 조항이다. 블레어 총리는 “경찰이 기소하지 않고 90일 동안 용의자를 구금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알카에다의 위협에 맞서 싸우는 데 필수적”이라며 이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7일 <텔레그래프>에 “경찰이 7·7 런던테러 이후 2번의 추가 테러시도를 저지했으며, 거의 매주 세계 어딘가에서 알카에다와 연결된 테러리스트들이 많은 사람을 살해하고 있는데도 이런 점이 쟁점이 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물론 상당수 노동당 의원들도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기소하지 않고 90일 동안 구금하는 것은 지나친 인권 침해이며, 경찰에게 과도한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 기존 반테러법에 따라 2001년 이후 영국에서 895명이 체포됐지만 이중 실제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23명뿐으로 마구잡이식 체포가 계속돼 왔다고 지적한다.
<비비시>는 총리실 소식통들을 인용해 “블레어 총리는 여전히 90일의 구금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지만,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타협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최대 28일 구금을 상한선으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법정에서 도청 테이프를 증거로 인정하고, 테러 고무·찬양죄를 신설하며, 테러 예비 단계도 범죄행위로 처벌하는 조항을 담고 있는 새 법안의 내용들도 논란을 일으켜 왔다. 법안이 통과되면 종교적 증오를 부추기거나 폭력을 옹호하는 성직자를 추방할 수 있으며, 극단주의 관련 서점이나 웹사이트와 관련된 인물들도 국외로 추방할 수 있다. 인권단체 등은 이들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해 왔고, 내무부는 이번주중 수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언론들은 블레어 총리가 이례적으로 “항복”과 “모욕적인 굴복”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블레어 총리의 개인적 권위에 또 한차례의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발표한 교육과 의료제도 개혁도 비판을 받고 있으며, 야당은 블레어 내각의 이라크전 참여 과정에 대한 의회 조사를 요구하는 등 블레어 총리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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