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인도를 방문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레이지나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델리/EPA 연합뉴스
영국이 ‘하드 브렉시트’(유럽연합과의 전면적이고 완전한 결별) 방침을 천명함에 따라,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날카롭게 충돌하고 있다. 영국에 진출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영국 탈출’ 여부를 저울질하는 등 경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인도를 방문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18일 “누구든 이탈을 선택하면 제2차 세계대전 영화에 나오는 방식으로 처벌하겠다는 건 진전이 아니며, 우방국이나 파트너들의 이익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이 ‘하드 브렉시트’를 결정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 단일시장 접근을 봉쇄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전날 “영국은 유럽연합 단일시장 회원국을 추구하지 않겠다. 대신 새롭고 대담한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유럽 단일시장에 최대한 접근을 추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8일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에 ‘체리 피킹’(좋은 것만 골라 갖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날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제 핵심은 유럽이 분열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영국이 유럽연합을 이탈한 뒤로는 유럽연합과 좋은 교역조건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유럽의회의 브렉시트 협상 책임자인 기 베르호프스타트 의원(벨기에)도 19일치 영국 <가디언> 기고에서 “우리가 영국을 처벌하는 것에 매달리는 건 아니지만 (영국은) 환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영국 런던에 유럽 거점을 두고 있던 글로벌 금융업체들의 ‘영국 탈출’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브렉시트에 대비해 런던 주재 임직원을 현재의 절반인 3000명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고 독일 일간 <한델스블라트>가 18일 금융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비에스(UBS)와 에이치에스비시(HSBC) 등 다른 은행들도 영국 내 자사 임직원의 상당수를 감축하거나 프랑스 파리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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