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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 방화소요, 각국 전문가들 진단·분석

등록 2005-11-09 18:33

“공화국 모델의 실패 아닌 정치엘리트 ‘편견’의 실패”
프랑스의 소요사태가 2주째로 접어들면서 사태의 원인 분석과 처방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안으로 곪아 있던 상처가 터졌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해결 방안에는 엇갈리는 시각을 드러냈다.

독일 태생으로 1933년 프랑스로 옮겨 살고 있는 독일-프랑스 관계 전문가인 알프레드 그로서(80)는 <슈피겔 온라인>과 인터뷰에서 비상사태 선포가 전국적인 소요를 통제하는 수단은 될 수 있지만 갈등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같은 지역에 살며 친밀하게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해온 지방경찰을 없앤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오로지 ‘진압경찰’로만 인식되도록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샤를 드골 대통령이 1968년 혁명 때 의회를 해산하고 선거를 치렀듯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총선을 새로 치르는 것도 사태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신뢰 쌓아야”… “시라크 물러나야”
“일자리 만들어야”… 다양한 해법 제시

경제기자를 오래 해온 영국 <인디펜던트>의 해미시 매크레이 편집부국장은 프랑스의 문제는 높은 실업률이 아니라 한번도 취직할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의 존재라며 ‘나쁜 일자리 창출’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쁜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이와 함께 나쁜 일자리를 더 나은 일자리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수석자문위원 도미니크 모이시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프랑스 젊은 세대의 분노는 외로움과 배제에서 나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들에게 경제적으로 일자리는 닫혀 있고, 사회적으로는 게토(빈민주거지)에 한정되고, 문화적으로는 특히 9·11테러 이후 차별이 행해졌다며, 이들에게 파괴는 탈출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이런 상황에 처하면서 다양한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는 유럽인들에게 소수인종에 대한 걱정까지 더해졌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이들을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안전한 유럽을 이루는 길이지만, 유럽은 대부분 과거에 안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의 아그네스 푸아리에르 기자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의 사태는 공화국 모델의 실패가 아니라, 진부하고 편견을 가진 정치 엘리트들의 실패라며 더 많은 자유와 평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등 시민으로 대우받는다고 느끼는 이들이 정치적인 계급과, 자신들의 도움 요청에 귀기울이지 않는 프랑스 사회 전체와 전쟁을 벌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최소한 20년 동안 프랑스 정치권이 교육, 이민, 사회보장에 의문조차 가지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비상사태가 계속될 12일 안에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이민문제를 연구해온 나이토 마사노리 히토쓰바시대 교수(사회지리학)는 이번 사태에 대해 “북아프리카에서 온 아랍계 이민 2·3세에 잠재해 있던 인종, 고용차별 등에 대한 반발이 폭발한 것”이라며 “잘못 대응하면 테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이토 교수는 “이미 1990년대부터 파리 교외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이 도시 중심가에서 절도 등의 범죄를 일으켜 경찰과 충돌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며, 이민자들이 교외의 대규모 주택단지에 몰려들자 중산층이 환경 악화를 우려해 그곳을 떠나는 등 이민자와 프랑스 사회의 단절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프랑스 정부가 강경책을 계속 쓰게 되면 이슬람계 이민들을 종교 쪽으로 몰아넣어 테러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이번 폭동은 그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도쿄/박중언 특파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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