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한국학 협력차 방한, 베를린자유대 알트 총장
페터안드레 알트 독일 베를린자유대 총장.
독 국민시인 실러 연구 권위자
한국학과 학생 331명 ‘급증세’ “세계화 속에서도 우린 많이 달라
그 다름 알기위해 인문학 배워야
양극화 못풀면 심각한 상황 올것” 독일 명문 공립대인 베를린자유대의 역사엔 이 나라의 굴곡진 근현대사가 투영돼 있다. 그 뿌리는 1810년 설립된 베를린훔볼트대다. 2차대전 뒤 독일이 동서로 나뉘면서 이 대학은 동독에 속하게 된다. 이때 서독을 택한 훔볼트대 교수들이 새로 대학을 만든다. 바로 베를린자유대다. 1960년대 말 이 대학 학생들이 독일의 진보적 학생운동의 중심에 선 것도 이 ‘자유정신’ 전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 구상인 ‘베를린 선언’(2000년 3월)을 발표한 곳도 이 대학이다. 지난달 27일 5박6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던 알트 총장은 독일 국민시인인 프리드리히 실러 연구의 권위자다. 독일실러학회장을 5년째 이끌고 있다. 유럽 문학에 드러난 악의 문제를 검토한 저서 <악의 미학>은 한국에서도 곧 번역출판될 예정이다. 2010년 총장에 선출돼 재선을 거쳐 7년째 대학을 이끌고 있다. 첫 방한의 목적을 묻자, 그는 “베를린자유대의 강점인 한국학 발전을 위해 한국 연구기관들과 긴밀한 협력 방안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방한 기간 중 서울대 입학식에서 축사를 했고, 정세균 국회의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도 만났다. “한국학 수요가 많이 늘고 있어 여건이 된다면 교수 인력도 더 충원할 생각입니다. 한국학과는 베를린자유대의 지역학 연구 틀 속에 위치하고 있어요.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기본틀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언어문화와 역사, 현대정치사회 교육이 커리큘럼의 세 기둥입니다.” 인터뷰에 동석한 이은정 한국학과장은 “한국학과가 2005년 학부생 6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석박사 포함해 331명”이라고 밝혔다. 알트 총장은 재임 동안 가장 관심을 갖고 추진한 정책을 묻자 두가지를 얘기했다.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베를린의 연구기관 및 전세계 중요 대학과의 네트워크 강화에 많은 힘을 기울였어요. 또 하나는 교수들의 교수방법 트레이닝 강화입니다. 교수도 선생님입니다. 교수방법을 개인의 문제로 남겨둬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경력 단계에 맞춰 여러 교수방법 코스를 만들었어요.” 독일은 한국과 달리, 공립 대학 위주의 고등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공립대가 종합대는 100개, 단과대도 200개가 넘어요. 대학 행정가로서 (나는) 운이 매우 좋은 셈이죠.” 한국 교육당국은 돈을 대주면서 다양한 방식의 정책적 개입을 하고 있다. 독일은? 알트 총장은 “대학이 100% 자율적으로 하는 건 교수 임용”이라며 덧붙였다. “독일 정부는 전세계 학술 공동체 경쟁에서 우리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무엇을 연구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하고 싶은 걸 맘대로 연구하는 것도 아니죠.” 국가와 학술공동체 요구 사이의 균형잡기, 그게 바로 총장의 몫일 것이다. 교수 평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우리 대학은 교수 평가를 교수의 학문적 성과 평가라고 부릅니다. 교수 평가는 젊은 학자들에게 좋은 학문을 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논문 인용 등의 수치를 바로 평가요소로 활용해 교수 월급까지 결정하는 건 반대합니다. 사회과학은 그 논문을 반대하기 위해 인용하기도 하죠. 자연과학 논문은 훨씬 뒤에 그 중요성을 인정받기도 합니다.” 한국 대학의 인문학 경시 추세를 언급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문학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대학은 최근 인문학 교수 수를 조금 늘렸습니다. 우린 세계화된 사회에 살고 있어요. 같은 티브이나 스마트폰을 쓰고 있죠.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갖고 있어요. 이를 아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죠. 그러려면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를 알아야 합니다.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도 인문학은 필요합니다.” 오는 9월 독일 총선 전망을 물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의 4선을 조심스럽게 점치면서 “9월 선거가 재밌을 것 같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에선 사회민주당 후보가 앞서지만 실제 표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죠. 메르켈은 노동시장이나 실업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어요. 유럽 내에서 독일의 위치를 끌어올렸고 메르켈 자신이 유럽 안정성의 상징이기도 하죠.” 파시즘의 도래와 같은 ‘역사의 후퇴’가 가능할까? “걱정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은 어느 사회나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합니다. 전쟁 중이거나 평화 시기에 있는 나라나 모두 긴장과 갈등 상황에 있어요. 유럽도 양극화가 심각합니다. 이걸 풀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입니다.” 실러 권위자가 평가하는 독일 문학의 특성은? “하나는 장르의 다양함입니다. 비극이나 역사소설, 희곡 등 여러 장르의 텍스트가 있죠. 문학이 학문 발전에 자극을 주면서 학문을 앞에서 이끌었다는 것도 한 특징이죠. 심리 분석이 한 예입니다.” 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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