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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런던 테러범은 영국 태생…MI5 조사받은 적 있어”

등록 2017-03-23 16:14수정 2017-03-23 22:10

브뤼셀 테러 1주기에 또다시…유럽 충격
의사당 빅벤 앞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차량 돌진한 테러범, 3명 살해 뒤 사살돼

한국인 관광객 5명 포함 40여명 중경상
런던 경찰 “용의자 7명 체포” 신원은 안밝혀
범행 차량은 런던 인근서 등록된 현대차 i40
영국 런던 의사당 인근에서 차량 테러가 일어나 4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는 한국인 관광객 5명도 포함돼 있으며 그 중 1명은 머리를 다치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각) 오후 2시40분께, 런던 시내 한가운데에 자리한 의회 건물 앞의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승용차 한 대가 보행자들에게 돌진해 4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범인은 다리 끝에서 차량이 의사당의 담장에 부딪히자, 흉기를 들고 나와 의사당 안으로 침입해 비무장 경찰관 1명을 살해한 뒤 다른 무장경찰이 쏜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범인 자신을 제외한 사망자 3명 중 2명은 민간인이었다. 테러가 발생한 웨스트민스터 다리는 시계탑 건물 ‘빅벤’ 으로 유명한 영국 의사당 웨스트민스터궁과 유명 관광지인 ‘런던 아이’를 잇는 유명 관광지로,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곳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3일 의회에서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영국 태생의 남자로, 수 년 전 영국 정보기관 MI-5에서 극단주의 폭력과 관련해 한 차례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이 남자는 특별히 주목 받아온 인물이 아니었으며, 그가 테러 음모를 꾸민다는 전조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런던 경찰청의 마크 롤리 대테러국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6곳을 수색하고 7명을 체포했다”며 “이번 사건을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범행 차량은 인도에 있던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치어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사람들끼리 부딪혀 쓰러지거나, 몇 명은 템스 강물로 뛰어들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다리를 건너던 제임스 셰리프는 <더 타임스> 에 “시속 70마일(112㎞)로 달렸던 게 분명하다. (차에 치인) 수십명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며 “마치 대학살 현장 같았다”고 말했다.

범행에 쓰인 차량은 현대자동차의 검정색 ‘i-40 모델이었다. 런던 동북부 에섹스 주의 소도시 첼름스버드의 현대차 서비스점은 이 차량이 지난해 9월 이 도시에서 등록돼 ‘EX66 RWO’라는 번호판을 달았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 <에섹스 라이브>가 22일 보도했다. 그러나 차종 및 차량 등록지가 이번 테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22일 오후(현지시각) 영국 런던 의사당 철제 담장 옆 인도에서 경찰관들이 테러에 사용된 현대 i40 차량을 감식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22일 오후(현지시각) 영국 런던 의사당 철제 담장 옆 인도에서 경찰관들이 테러에 사용된 현대 i40 차량을 감식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사건이 발생한 22일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쇄 폭탄로 34명의 목숨을 앗아간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테러라는 추정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테러가 이슬람국가와 연관된 ‘외로운 늑대’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테러 직후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해 사건의 진상 파악과 대응책 수립을 논의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테러를 “역겹고 타락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메이 총리는 “테러범은 다양한 국적과 종교,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자유, 민주,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누리는 영국 수도의 심장부에서 공격 대상을 골랐다”며 “영국의 가치를 허물어뜨리려는 그런 공격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 <채널4> 방송은 이날 저녁 뉴스에서 한 소식통을 인용해, 테러범이 자메이카 출신의 급진적 이슬람 성직자 아부 이자딘이라고 보도했으나 오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착오”라고 해명했다. 이자딘의 형은 이 보도가 나간 직후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내 동생은 지금 교도소에 수감중”이라고 밝혔다. 보도를 했던 기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소식통을 신뢰했는데, 결국 내가 실수했고 틀렸다. 이자딘은 교도소에 있다”고 확인했다.

22일 영국 런던 의회 앞의 차량 돌진 테러 현장에서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를 응급 치료하고 있다. 이날 테러로 범인을 포함해 5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런던/AP 연합뉴스
22일 영국 런던 의회 앞의 차량 돌진 테러 현장에서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를 응급 치료하고 있다. 이날 테러로 범인을 포함해 5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런던/AP 연합뉴스
유럽을 포함해 세계 각국 정부는 한 목소리로 이번 테러를 비난하며 영국에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브뤼셀 폭탄 테러 발생일과 똑같은 날에 런던에서 테러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내게 다른 사람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을 갖게 한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은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에 맞서는 싸움에 영국과 함께 있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최근 몇 차례 엄청난 테러를 겪은 프랑스는 영국인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며 연대와 지원을 약속했다. 또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러시아·네덜란드·이탈리아·터키·그리스·스페인·중국·일본·베네수엘라 등 다른 나라들에서도 테러를 규탄하고 연대를 다짐하는 정부 성명이 이어졌다.

한편 한국인 피해 상황과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23일 “50~60대 여성 3명과 남성 1명이 테러 차량을 피하려는 인파에 떠밀려 골절 등 부상을 입었으나 치료를 받고 24일 귀국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수술을 받은 60대 후반 여성은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민간인에 대한 야만적인 공격 사건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희생자들의 유가족들과 영국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조일준 황금비 김지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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