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차량 테러가 발생한 영국 런던의 의사당 인근 도로에서 구조 요원들이 부상자들을 차에 실어 나르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22일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는 지난해 프랑스 니스와 독일 베를린에서 일어난 차량 테러와 그 행태가 거의 똑같다. 유명 관광지에서 ‘소프트 타깃’인 관광객을 표적 삼아 무차별 질주하는 식이다. 더욱이 아직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슬람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본부와의 직접적 연계보다는 해외의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형 테러라는 형식도 거의 같아 보인다.
유럽에서는 불과 8개월 새 3건의 차량 테러로 최소 101명이 숨졌다. 차량을 이용한 테러는 사전 예방이 사실상 불가능한 반면, 모방하기 쉽고 이목을 끌기 쉬워 자동차가 점점 주요 테러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버밍엄대학의 스티브 휴잇 대테러 선임연구원은 “영국은 과거 아일랜드공화군(IRA)과의 분쟁으로 대테러 경험이 풍부한데도 이번 차량 테러를 막지 못했다”며 “차량으로 보행자를 치겠다고 마음먹은 테러리스트를 막기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테러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이슬람국가는 여러 차례 차량 테러의 효율성을 강조해왔다. 국제 테러 감시단체인 ‘시테’가 입수해 공개한 이슬람국가의 테러 지침서를 보면, “차량은 칼처럼 손에 넣기 쉽지만, 칼과는 달리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는 무기”라고 적혀 있다. 이슬람국가는 2014년 해외의 ‘외로운 늑대’들을 향한 성명에서 “폭탄이나 총알을 찾을 수 없다면 돌이나 흉기, 차량을 이용하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 당시, 25t 규모의 대형 트럭이 2㎞가량 이어진 니스 해변 산책로를 시속 60~70㎞로 질주해 86명이 숨지고 434명이 다쳤다. 다섯달 뒤인 12월에는 독일 베를린의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서 대형 트럭이 크리스마스 상점가를 덮쳐 12명이 숨지고 56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이슬람국가는 두 사건 모두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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