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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메이, 브렉시트 위해 조기총선 도박

등록 2017-04-18 21:32수정 2017-04-18 21:53

노동당에 20%포인트 앞서는 지지율 배경
자기 구상대로 브렉시트 협상 타결 추구
‘하드 브렉시트’·반대론자 모두 제압 의도
프 대선과 맞물려 유럽 분열 가속 가능성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조기 총선 실시를 전격 발표하기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조기 총선 실시를 전격 발표하기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를 놓고 승부수를 던졌다.

메이 총리는 18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협상에서 자신에게 강력한 권한을 달라며 6월8일 조기총선 실시를 요청하면서 “웨스트민스터(의사당)의 분열이 브렉시트를 성공시키려는 우리의 능력을 위기에 처하게 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여당인 보수당은 하원 650석 중 330석을 차지해 근소한 우위에 있다. 하지만 보수당 일부 의원들도 메이 정부가 추진하는 브렉시트 관련 입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동당 등 야당과의 불화도 심하다. 이 때문에 보수당 내에서도 브렉시트 협상을 위해서는 조기 총선을 통해 다시 한번 권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메이 총리는 그동안 이를 반대해왔지만 이날 전격적으로 조기 총선을 발표했다. 2015년 총선 이후로 예정된 다음 총선까지는 3년이나 남은 상태였다.

조기 총선 실시를 결심한 또다른 주요 배경은 최근 보수당이 노동당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여론조사다. 유고브, 콤레스, 오니엄 등 여론조사업체들의 조사를 보면, 보수당은 38~48%, 노동당은 23~29%의 지지율을 보였다.

노동당이 급진 좌파인 제러미 코빈 대표의 지도력을 놓고 분열을 거듭하는 것도 메이 총리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유고브의 차기 총리감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코빈의 지지율은 14%에 불과한 반면, 메이는 50%를 얻었다. 브렉시트를 놓고 코빈과 노동당은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였다. 노동당은 공식적으로는 브렉시트에 반대했지만, 브렉시트 진영이 요구하는 반세계화와 민족주의적 의제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이다. 노동당의 많은 지지자들이 반세계화 주장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에 관한 영국 내의 최대 쟁점은 유럽연합(EU) 시장 접근권과 이동의 자유 문제다. 영국은 유럽연합 시장에 대해 예전처럼 접근할 수 있도록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도, 유럽연합과 영국 사이의 자유로운 이동은 금지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럽연합 쪽은 자신들의 시장에 접근하려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유럽연합 시장 접근권을 포기하더라도 이동의 자유를 거부하는 완전한 단절인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메이 등 보수당 주류는 유럽연합 시장 접근권을 더 중시하는 입장이다. 노동당 쪽은 유럽연합 시장과의 연계나 이동의 자유 둘 다 포기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하고 메이가 총리직을 지키면, 브렉시트 협상에서 유럽연합과 더 격렬히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기 총선 승리로 강화된 협상력을 가진 메이 정부로서는 하드 브렉시트를 피할 정치적 공간은 더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가 조기 총선을 하려는 이유도 브렉시트 강경파와 회의론자 모두를 제압하려는 의도에 있다.

그런데 보수당과 메이 총리가 압승할지는 불확실하다. 브렉시트가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간발의 차로 통과된 것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보수당이 패배하면, 영국과 브렉시트는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민투표 결과가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2차 국민투표를 통한 새로운 합의가 없는 한 브렉시트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오리무중에 빠질 것이다.

영국 조기 총선은 23일 시작되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 총선과 함께 2차대전 이후 유럽의 정치지형을 가장 크게 바꾸는 정치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다면 유럽연합의 원심력은 더욱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유럽은 또다시 통합이냐 분열이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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