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치러진 23일 북부 르투케에서 경찰관 등이 선거 벽보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르투케/AFP 연합뉴스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전·현직 미국 대통령의 대리전인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드러난 반세계화·반이민 정서의 확산 여부를 가늠할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23일 프랑스 전역의 6만여곳 투표소에서 치러졌다. 11명이 출마한 이번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5월7일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투표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이 각각 프랑스 대선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유력 후보를 지지하는 뜻을 내비치면서 이번 대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차 투표를 사흘 앞둔 지난 20일 프랑스 중도 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와 전화통화를 하며 그를 격려했다. 마크롱 후보 쪽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프랑스 대선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앙마르슈는 통화 뒤 성명을 내 “마크롱 후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우호적인 통화에 따뜻한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마크롱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2014년 경제장관으로 발탁했던 인물로, 장관 시절 노동시간 연장 등 친기업적 정책을 밀어붙였다. 사회당 안에서는 우파였다. 물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번 통화가 마크롱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나섰다. 그는 21일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대표인 마린 르펜(48)을 지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르펜은 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와 반이민을 부르짖고 있다. 트럼프는 “르펜이 국경 문제와 현재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일에 가장 강경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위터를 통해 “파리에 또 테러공격이 있었다. 대통령 선거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썼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발생한 경찰관 총격 테러가 르펜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뜻이다. 극우 매체인 <브라이트바트>는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르펜을 지지하거나 개인적 접촉을 하지 않았더라도, 많은 사람이 그의 트위트를 르펜 지지로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연합의 앞날에 결정적 변수가 될 프랑스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진행된 7곳의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오바마와 통화한 마크롱이 24%로 1위, 트럼프의 지지를 받는 르펜이 22.3%로 2위를 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63)이 19.5%, 급진좌파인 장뤼크 멜랑숑(64)이 18.8%로 이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어, 예측불허의 판세를 보였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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