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이날 파리 박람회공원에서 열린 승리 축하연설 도중에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와 입맞춤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프랑스가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기존 좌우파 정당 후보가 빠진 대통령 결선 투표를 치른다.
23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투표에서 중도신당 ’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1위,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2위를 차지했다. 이들 두 후보는 오는 5월7일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
■마크롱, 결선투표에서 60%대 지지 예상=96%가 개표된 가운데 마크롱은 23.9%를, 르펜은 21.4%를 얻었다. 마크롱은 결선투표에서도 60%대 지지율을 보여,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고 <비비시>가 24일 보도했다. ’입소스 소프라 스테리아’의 여론조사 결과, 23일 지금 당장 결선투표가 실시될 경우, 마크롱은 62%, 르펜은 38%의 지지율을 보였다. ’해리스 인터랙티브’ 조사에서는 마크롱이 64%, 르펜이 36%로 집계됐다.
1차투표에서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19.9%로 3위, 급진좌파의 장 뤼크 멜랑숑 후보는 19.4%로 4위, 사회당의 브누아 하몽은 6.4%로 5위에 그쳤다. 1차투표에서 탈락한 피용와 하몽 등은 모두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의 지지를 선언했다.
■프랑스 정계는 대격변, 유럽연합은 안도=2차대전 이후 프랑스 정치를 주도하던 중도우파 공화당과 중도좌파 사회당 후보 모두가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선으로 기존 좌우파 정당, 특히 중도좌파 사회당의 몰락으로 프랑스 정계는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도신당 마크롱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유럽연합 붕괴 우려는 일단 잦아들었으나, 그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극우 르펜과 급진좌파 멜랑숑은 유럽연합으로부터 프랑스의 단절을 주장해왔다.
마크롱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유로화는 24일 아시아 외환시장이 열리자 1유로당 1.09395달러로 2% 올랐다. 이는 지난 11월10일 이후 유로화의 최대 가치 상승이다. 정부의 지출 및 공공서비스 삭감 등 마크롱의 점진적인 탈규제 정책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프랑스와 함께 유럽연합을 주축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변인은 마크롱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에마뉘엘 마크롱이 강력한 유럽연합 정책과 사회적 시장경제 정책으로 성공한 것은 좋은 일이다”며 앞으로 2주 동안 그에게 최상의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기존 체제 바꿀 것”=마크롱은 승리 연설에서 “1년 안에 우리는 프랑스 정치의 얼굴을 바꿔왔다”며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체된 정치체제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얼굴과 힘들을 기용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우리 나라의 문제들에 대응하지 못한” 체제와 절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39세인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나폴레옹 이후 가장 젊은 국가 통치자가 된다.
마크롱은 경쟁상대 르펜을 겨냥해 “나는 국수주의자들의 위협에 직면해, 애국자들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당장 의회에서 안정적인 다수파 확보 등 국정운영을 위한 많은 도전 과제들을 안고 있다.
결선투표에 처음으로 오른 르펜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슈는 우리 문명을 위기에 빠뜨리는 만연한 세계화이다”고 마크롱의 친세계화 정책을 공격했다. 르펜은 마크롱의 투자은행가 경력을 지적하며 “돈의 왕”이라고 비난했다. 르펜은 복지 확장을 위한 통화량 증가와 세금 삭감, 유럽연합 및 유로화 탈퇴를 공약을 내걸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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