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프랑스 파리에서 급진 좌파 대선 후보 장뤼크 멜랑숑이 1차 투표의 공식 집계 결과를 지지자들에게 발표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중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마린 르펜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했고 멜랑숑은 1차 투표에서 4위에 그쳐 탈락했다. 파리/AP 연합뉴스
극과 극은 끌리는 것일까?
지난 23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4위에 머물며 탈락한 급진 좌파 장뤼크 멜랑숑이 결선투표 진출에 성공한 극우파 마린 르펜 후보에게 의외의 후원군이 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멜랑숑은 탈락했지만 득표율이 19.58%에 이르러 3위인 중도 우파 프랑수아 피용(20.01%), 2위인 르펜(21.3%)과 별 차이가 없을 뿐더러, 1위인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24.01%)에도 큰 폭으로 뒤지지 않았다.
멜랑숑은 르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도 않다. 피용과 사회당 브누아 아몽 등 1차 투표에서 탈락한 다른 후보들이 극우 집권을 막기 위해 곧바로 마크롱 지지 선언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맥락은 다르지만 르펜과 멜랑숑에게는 반세계화와 반시장주의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투자은행 출신의 마크롱을 시장에 오염된 악의 화신 정도로 본다. 이들은 금융 엘리트 출신의 마크롱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노동자층의 표를 두고 경쟁했다. 멜랑숑은 유세 중에 마크롱의 시장 친화적 정책이 “이미 수천명의 삶을 망쳤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사례에서 보듯 최근 세계 각국의 많은 유권자들에 세계화는 분노의 대상이다.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르펜은 탈퇴, 멜랑숑은 재협상을 주장하는 등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1차 투표에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24>를 보면, 멜랑숑과 르펜은 대선 1차 투표에서 18~24살 유권자 층에서 각각 30%, 21%의 지지를 얻어 1, 2위를 차지했다.
르펜 쪽은 반색하고 있다. 국민전선 부대표 플로리앙 필리포는 “멜랑숑 지지자들 중 많은 이들이 마크롱에게 표를 던지는 것을 거부할 것이며, 많은 이들이 우리에게 투표하리라 본다”고 밝혔다.
멜랑숑을 비판하는 이들은 멜랑숑의 아집이 결국 르펜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회당 소속 말렉 부티 의원은 “멜랑숑의 자존심이 그를 심각한 실수로 이끌고 있다. 멜랑숑은 (르펜의) 국민전선에 거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에 밝혔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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