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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 대선 코앞 해킹스캔들…언론들의 ‘이유있는 침묵’

등록 2017-05-07 17:58수정 2017-05-07 21:36

마크롱쪽 해킹당해 이메일 등 유출
르펜 지지자들 SNS통해 급속 전파
투표 하루전 대선영향 보도 제한한
선거법탓 대부분 기사화 안됐지만
“선거의 진정성 훼손 목적이 분명해”
르몽드는 윤리적 판단에서 보도 자제
지난 3월 프랑스 북부의 한 대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한 프랑스 대선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이 엄지를 치켜 올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3월 프랑스 북부의 한 대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한 프랑스 대선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이 엄지를 치켜 올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7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를 만 하루 앞두고 1위 후보인 중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 캠프가 해킹을 당해 방대한 양의 자료가 유출됐지만, 프랑스 언론은 비교적 조용했다. 투표일 하루 전부터 선거운동뿐 아니라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까지 제한하는 프랑스의 엄격한 선거법 때문이다. 유권자가 숙고할 시간을 주고자 하는 취지지만, 언론이 아닌 개인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정보를 계속해서 공유하고 재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법이 야기한 ‘침묵’이 결국 상대 후보인 극우파 마린 르펜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랑스24> 등 외신을 보면 5일 저녁 마크롱 후보의 소속 정당인 ‘앙마르슈’ 관계자의 이메일과 회계 문서 등 9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문서가 온라인상에 유출됐다. 앙마르슈는 이 사건을 “조직적인 대규모 해킹”이라고 규정하고 “유출된 문서 중엔 진짜도 있지만 조작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해킹 사건의 대략적인 윤곽은 보도했지만 유출된 문서의 내용 자체는 보도하지 않았다. 프랑스 선거법은 투표일 전날부터 모든 선거운동과 선거 판세를 흔들 수 있는 언론 보도를 금지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취지에서 심사숙고할 시간을 주고 투표의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압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공격을 받은 대상인 마크롱 캠프조차 선거 유세를 종료해야 하는 5일 밤 11시59분 직전에 겨우 공격에 대한 성명을 낸 뒤 더 이상 대응할 수 없었다. 프랑스 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부정한 방법으로 입수된 이 자료에는 거짓 정보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자료를 퍼뜨렸을 경우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론에 엄포를 놨다. 해킹의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

언론의 윤리적 판단도 있었다. <르몽드>는 “유출 문서를 입수했지만 선거 전에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 이유로 “해킹 자료의 분량이 방대해 최소한의 확인 취재를 할 시간이 없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것이 목적임이 분명한 이 자료가 투표 종료 48시간 전에 등장했기 때문에, 해당 정당이 선거법상 어떤 비난에도 해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자료를 유출한 익명의 누군가가 짠 일정과 관계없이, 우리의 저널리즘과 윤리 원칙에 따라 자료를 조사한 뒤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이미 유출 자료가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보도 제한은 사실상 실효성을 가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프랑스 언론과 앙마르슈가 법 때문에 해킹에 대해 입을 닫고 있는 것이 결국 르펜에게 득이 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엔비시>(CNBC)는 “르펜 지지자들이 해킹 문서를 가장 활발하게 공유(리트위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극우파도 온라인 유포에 가세했다. <뉴욕 타임스>는 “가장 먼저 ‘마크롱리크스’ 해시태그(#MacronLeaks)를 사용해 문서를 활발히 퍼뜨린 것은 미국 극우잡지 소속 기자”라며 “이 해시태그를 공유하고 있는 상위 25개의 게시글(트위트)은 영어로 작성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해킹이 선거 결과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뉴욕 타임스>는 프랑스 정치학자 토마 게놀레를 인용해 “만약 이 (해킹) 공격이 르펜에게 이익을 주려는 것이라면 이는 오히려 추악한 극우의 모습을 보여주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발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62%, 르펜은 38%의 지지율을 얻어 7일 결선투표에서는 마크롱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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