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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마크롱 ‘환희의 송가’ 이후 프랑스는 어디로?

등록 2017-05-09 15:37수정 2017-05-10 01:58

이예나 ‘프랑스24’ PD의 프랑스 대선 르포
마크롱, 루브르 광장서 승리 행사
수만명 인파 ‘역사적 순간’ 축하
신생 앙마르슈의 풀뿌리 선거운동
기성 정당과 차별화로 승리 이끌어
르펜의 극우 색깔 감추기에 맞서
기권·무효·르펜 표 등 설득과제로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차 대전 전승기념일 행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대통령 당선자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차 대전 전승기념일 행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대통령 당선자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7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의 당선이 발표된 지 몇시간 뒤, 마크롱 대통령 당선자는 유럽연합(EU) 찬가인 ‘환희의 송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파리 루브르 박물관 밖에 설치된 무대 위로 걸어나왔다. 친 유럽연합, 친 기업 정책을 내건 이 중도파 정치인은 66.1%의 득표율로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을 누르고 승리했다.

2만~4만명의 인파가 루브르 박물관 외부의 유명한 유리 피라미드 근처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프랑스 국기를 흔들면서 마크롱의 승리를 축하했다. 코트디부아르 그룹 매직 시스템과 미국 가수 크리스 캡의 음악이 흘렀다.

24살의 전문직 여성인 사라는 “선거 결과를 듣고 안도했다. 마린 르펜은 프랑스, 유럽의 가치와 공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크롱 지지자로서가 아니라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려고 루브르 광장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1차 투표에서 사회당 후보 브누아 아몽에 투표했고, 결선 투표에서는 마크롱을 찍었다. 여론조사 업체 IPSOS의 조사를 보면, 마크롱에게 투표한 유권자중 43%는 ‘극우파 마린 르펜을 막기 위해’ 그에게 투표했고, 33%는 마크롱이 내건 정치적 쇄신을 지지해서, 16%는 마크롱의 정책 때문에, 8%는 마크롱 개인에 대한 호감 때문에 찍었다고 밝혔다. 사라는 “고삐풀린 신자유주의가 너무 심한 불평등을 가져왔다”면서도 “기권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마크롱이 당선 축하 행사 장소로 루브르 박물관을 선택한 것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역사적으로 좌파는 바스티유에서, 우파는 콩코드 광장에서 당선 축하행사를 해왔다. 자신은 우파도, 좌파도 아니라고 주장해온 마크롱은 그런 정치적 의미가 담기지 않은 루브르를 선거운동의 마지막 장소로 선택했다.

테스는 이전까지 앙마르슈로 알려졌던 마크롱의 정당 ‘전진하는 공화국’의 당직자다. 그는 “어떤 이들은 마크롱이 좌우파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런 모습은 마크롱의 정직함과 정치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면모다”라고 말한다. “어떤 사안들은 흑백논리로 판단할 수 없다. 어떤 사안에 대한 마크롱의 발언이 모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지에 대해 그가 정직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39살의 마크롱은 프랑스의 명문 대학들에서 공부했고, 최근에야 공직에 들어섰다.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경제자문으로서 공직을 시작해 2년 뒤에는 경제장관이 되었다. 그는 2017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2016년 4월 자신의 정치운동인 앙마르슈를 설립했다. 마크롱은 선출직 공직을 맡은 적이 없지만 첫번째 시도에서 대통령이 되는 데 성공했다.

테스는 “우리 중 누구도 이전에 선거운동을 해본 적이 없다”며 앙마르슈의 풀뿌리운동적 성격이 사회당과 공화당의 능숙한 선거 기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앙마르슈는 경험은 부족했지만 이제 엘리제궁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테스는 마크롱의 압도적 승리가 기쁘다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기권과 무효표가 많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번 대선 결선투표에서 프랑스 유권자의 11.5%가 무효표를 던졌다. 역대 최고치다. 또 등록 유권자의 4분의 1 이상은 아예 투표소에 가지 않고 기권했다. 1969년 이후 가장 높은 기권률이다.

테스는 “우리는 다양한 견해를 들으려 해왔다”며, 1차투표에서 1~4위 후보가 근소한 차의 접전을 벌였던 점이 결선 투표에서 많은 유권자의 기권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차 투표 이후 앙마르슈의 선거운동본부는 기권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프랑스 각지의 자원봉사자들이 집집마다 선거운동을 다니며 배포할 자료도 만들었다. 이들은 특히 마크롱의 상대인 마린 르펜을 막기 위해, 부동층 유권자들이 마크롱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다고 말한다.

테스는 “국민전선의 위험은 분명히 실재했다”며 “프랑스는 인권,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다. 마린 르펜이 대통령이 된다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크롱이 승리했다고 해서, 프랑스 유권자 약 1100만명이 이민 중단, 히잡 착용금지,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 민족주의자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이 가려지지는 않는다.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 2002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 우연히 진출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 마린 르펜의 결선 진출은 오래 전부터 예측돼 왔다. 국민전선의 극우적 색깔을 감추는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전선의 대표가 된 이후 마린 르펜은 국민전선을 합법적 정치세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당의 설립자이자 반유대인 발언으로 유명한 아버지를 당에서 축출하기까지 했다.(장마리 르펜은 여전히 국민전선의 명예 당수다.)

이예나 <프랑스24> PD
이예나 <프랑스24> PD
올해 대선 선거운동에서 마린 르펜은 푸른 장미를 새로운 당의 로고로 발표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 로고가 사회당의 상징인 장미와 보수 세력의 색인 푸른색을 더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국민전선의 원래 로고가 마린 르펜의 선거 포스터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백·홍 색의 국민전선의 원래 로고는 이탈리아 네오 파시스트의 로고에서 기원했다.

마린 르펜의 선거 패배가 확정된 뒤 국민전선의 2인자인 플로리안 필리포는 전국 방송에 나와 6월 총선 이후 당의 이름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파시즘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신세대 유권자들은 반유대, 인종주의자 이미지를 지우고 보통정당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마린 르펜의 시도에 설득당할 수도 있다.

파리/이예나 <프랑스24>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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