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마크롱 소속 정당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의 공천을 받은 프랑스의 유명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 세드리크 빌라니 누리집 갈무리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 에마뉘엘 마크롱(39)이 6월 총선을 앞두고 소속 정당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LREM)의 공천 명단을 발표했다. 기존 정당과 선을 긋고 당선된 그는 공천에서도 전 총리를 배제하고 패셔니스타 수학자, 투우사, 실업자를 발탁하는 등 파격을 보여줬다.
11일 앙마르슈는 다음달 11일과 18일 치러질 총선에 대비해 428명의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다. 절반인 214명은 여성, 나머지 214명은 남성으로 구성된 이 명단에는 기존 정치인이 아닌 유명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43), 여성 투우사 출신 마리 사라(52) 등이 포함돼 이목을 끌었다.
세드리크 빌라니는 2010년 촉망받는 젊은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수학계의 노벨상’ 필즈상을 수상한 수학자다. 수학의 대중화에 힘을 쏟으며 여러 방송 등에 출연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다. 수학 대중화를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왜 수학이 싫어졌는가’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단발머리를 고수하며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나비넥타이를 독특한 브로치와 함께 정장에 매치한 복장으로 패셔니스타 반열에도 올랐다. 한국에도 2014년 자전 에세이 ‘살아있는 정리’가 출간됐다. <프랑스24>는 “빌라니의 마크롱 지지는 비밀도 아니었다”며 마크롱 당선이 확정된 지난 7일 밤 빌라니와 한 영상 인터뷰를 공개했다. 인터뷰에서 빌라니는 마크롱 당선을 “희망의 신호”라고 표현했다.
공천 명단에는 유명한 여성 전직 투우사 마리 사라도 포함됐다. 그는 1991년 당시 유럽의 유일한 여성 기마 투우사로 명성을 얻었다.
반면, 마크롱 신당의 공천을 받기를 희망하던 마뉘엘 발스 전 총리(사회당)는 공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앙마르슈는 발스를 공천하지 않은 이유를 “이미 3선을 지내 공천 기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앙마르슈는 발스를 예우해 그의 선거구에는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앙마르슈는 이번 공천 희망자 공개 모집에 1만9000명이 몰렸고 그 중 1700명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정당은 이번에 공천을 받은 이 중 52%가 지금까지 한 번도 선거에 출마한 적이 없는 시민사회 출신이며, 2%의 실업자, 4%의 은퇴자, 1%의 학생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남성과 여성도 정확히 같은 수로 공천했다.
프랑스 하원 의석은 577석이고 발스 전 총리의 지역구에는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앙마르슈는 다음주 148명을 추가로 공천할 전망이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앙마르슈가 명단을 확정하지 못한 이유로 아직 거대 양당 중 하나인 중도우파 공화당 출신 의원들을 영입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 반면, 마크롱의 전 소속 정당이자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당 의원은 24명이 영입됐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해 창당해 현재 의회 의석이 하나도 없는 앙마르슈는 이번 총선에서 29%가량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공화당이 20%의 지지율을 얻을 것으로 관측돼 앙마르슈의 최대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공화당 의원을 대폭 영입하지 못하면 마크롱은 정치 성향이 일치하지 않는 공화당과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르 몽드>는 이번 공천 과정에서 마크롱 연대 내부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를 보면 프랑수아 바이루 민주운동당(Modem) 대표는 앙마르슈가 120명의 민주운동당 출신에게 공천을 주기로 했는데 실제로는 35명밖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노를 표출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