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3일 ‘파티마의 기적’ 현장에 세워진 교회에서 파티마 목동 남매 시성식을 마친 뒤 순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자리를 떠나고 있다. 파티마/EPA 연합뉴스
‘파티마의 기적’ 때 성모 마리아를 목격했다고 주장한 포르투갈의 남매가 100년 만에 성인으로 추대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포르투갈 파티마의 성모 발현 기념 성소에서 순례자들을 비롯한 50만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13일 프란시스쿠 마르투와 자신타 마르투 남매의 시성식을 거행했다. 양을 치러 갔다가 성모 발현을 목격했다는 1917년에 각각 9살, 7살이었던 남매는 순교자를 제외하고는 가장 어린 나이의 성인이 됐다. 둘은 1919~20년에 스페인독감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2000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시복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모는 신성모독을 범하는 불신자들의 삶의 방식은 지옥으로 인도되는 삶이 될 것이라는 경고와 예언을 했다”는 설교를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남매가 당시 주장을 철회하지 않으면 끓는 기름으로 죽이겠다는 관리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지켜냈다고 밝혔다. 교황은 성소 안 교회에 있는 남매의 무덤에서 기도를 올렸다.
‘파티마의 기적’의 세 목동 루시아 산투스(왼쪽부터), 프란시스쿠 마르투, 자신타 마르투.
파티마의 기적은 1917년 5월13일부터 6개월간 매달 13일에 성모가 이 남매와 그 사촌 루시아 산투스(당시 10살) 앞에 나타나 신앙을 강조하고 예언을 내놨다는 일을 일컫는다. 2005년까지 생존한 루시아는 당시 성모가 지옥의 환시와 1차대전 종결, 2차대전 발발 등에 대한 ‘세 가지 비밀’을 일러줬다고 주장했다. 교황청이 2000년에야 공개한 세 번째 비밀에는 “흰 옷을 입은 주교”가 총탄과 화살에 맞아 순교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것은 자신이 1981년 파티마 성모 발현 축일에 암살당할 뻔한 사실에 대한 계시라고 밝혔다. 현지의 파티마 성모상이 쓴 관에는 그를 향해 발사된 총탄이 보관돼 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세 번째 비밀의 내용이 사제들의 성추문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보스니아 메주고레에서 성모가 계속 발현한다는 주장에 대해 “별 가치가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메주고레에는 1981년 소년·소녀 6명이 성모를 목격했다고 밝힌 이후 성모가 계속 발현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연간 100만명의 순례자가 몰리고 있다. 교황청은 2010년 신학자와 사제들로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이 주장의 신빙성을 검토해왔다. 교황은 1981년 최초 발현 주장에 대해서는 “조사가 계속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