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새 정부의 첫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실비 굴라르 유럽의회 의원이 17일 취임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8명의 장관을 포함한 22명의 내각 인사를 17일 발표했다. 선거 기간 중 자신의 색깔로 ‘좌우 어느 쪽도 아니다’를 내세운 마크롱답게 내각 인선도 좌파, 우파, 중도 및 시민사회 출신이 고루 섞였고 남녀도 같은 수로 맞췄다. 다만 총리와 경제장관이 모두 공화당에서 임명된 것을 두고 경제정책 방향은 오른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디언>이 15일 임명된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를 포함해 마크롱 내각 구성원 23명을 분석한 내용을 보면, 거의 절반인 11명이 정치 경력이 없는 시민사회 출신이고 나머지는 기존 정당 출신이다. 사회당 4명을 포함해 중도좌파·급진좌파 쪽에서 6명이 임명됐고, 중도 민주운동당(MoDem)에서 3명, 중도우파인 공화당에서 3명이 임명됐다.
우선 민주운동당의 실비 굴라르 유럽의회 의원이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게 눈에 띈다. 독일어와 영어에 능통하며 유럽과 금융 전문가로 불리는 굴라르는 마크롱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만남을 조율하기도 했다. 굴라르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 때 국방장관을 맡은 미셸 알리오-마리에 이어 프랑스의 두번째 여성 국방장관이다. 이번 내각 인선은 굴라르 외에도 프랑수아즈 니신 문화장관, 뮈리엘 페니코 노동장관 등을 포함해 절반인 11명이 여성으로 채워졌지만 <가디언>은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장관 5명 중 1명만이 여성(굴라르)”이라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정부의 첫 각료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맨윗줄 왼쪽), 니콜라 윌로 환경장관(맨윗줄 가운데), 실비 굴라르 국방장관(맨윗줄 오른쪽),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두번째줄 왼쪽) 등. 파리/AFP 연합뉴스
경제장관은 공화당의 브뤼노 르메르가 임명됐다. 르메르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정부에서 농업장관을 역임했다. 필리프 총리도 공화당 소속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총리와 경제장관이 모두 공화당에서 나온 것을 두고 “마크롱은 국가의 경제 문제를 우파 정치인들에게 결국 양도했다. 마크롱을 마지못해 지지했던 프랑스 좌파들은 벌써 실망하고 있다”며 “마크롱의 ‘급진적 중도주의’는 보수주의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환경장관이 된 니콜라 윌로는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는 세계적 환경운동가다. <가디언>은 그의 임명이 “환경문제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좌파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비판은 원자력 대기업에서 일했던 필리프를 총리로 임명한 뒤 거세졌다”고 했다.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로라 플레셀을 스포츠장관에 임명하는 등 정치 경력이 없는 신인도 다수 임명됐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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